급식보다 급유에 ‘충성’한 국방부?

  • 입력 2009년 9월 1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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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軍장병 식비 400억원 기름값으로 돌려써
“유가상승 따른 고육책”에 “하필 식비를” 지적

국방부가 지난해 군 장병의 식비 400억여 원을 기름값으로 돌려쓴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기존에 편성된 유류비 예산이 모자라자 이를 장병들의 식비로 메운 것이다.

17일 국회 국방위원회가 작성한 국방부의 ‘2008년 세입세출 결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해 군 급식비 1조2095억7600만 원 중 395억6900만 원(3.27%)을 유류비 부족분으로, 7억5400만 원(0.06%)을 장비구입 때 발생한 환차손 보충에 사용했다. 전용된 급식비의 97%는 병사에게 하루 5210원씩 집행하도록 돼 있는 기본급식비였다.

국방부는 환율 급등과 이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당초 편성된 유류비 예산이 모자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2008년 예산 편성 때 기준 환율은 달러당 920원이었지만 지난해 말에는 1300원을 넘는 등 평균 환율이 1083원으로 뛰어올라 기존 예산만으로는 유류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연료비의 경우 전년보다 1379억 원이 늘었지만 기름값이 오르면서 장비연료는 당초 계획량의 84.6%, 난방유는 77.8%밖에 구입할 수 없었다고 한다. 국방부는 2005∼2007년에는 급식비 예산의 99.6% 이상을 본래 용도대로 사용했고, 특히 2005년에는 당초 예산보다 많은 금액을 급식비로 썼다.

이에 대해 국방위의 권기율 수석전문위원은 “2008년 국방부 예산을 편성할 때 물가인상을 감안해 급식비를 325억 원 증액했지만 국방부가 이를 유류비 등으로 전용함에 따라 기대했던 효과가 모두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용된 금액이 질 좋은 급식을 위한 부식 확보에 사용될 예산이었기 때문에 급식비 전용은 부적절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회는 21일 국방위 전체회의를 열어 지난해 국방부 결산 보고서를 심사할 예정이다. 국방위 민주당 간사인 안규백 의원은 “기본적인 의식주에 속하는 급식비 예산을 다른 목적으로 전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결산 심사 때 따져 묻겠다”고 말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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