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거리감 완전히 없애려면…’ 日에 숙제 안겨

  • 입력 2009년 9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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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15일 청와대에서 연합뉴스, 일본 교도통신과 공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일왕의) 방한이 내년 중이라도 이뤄질 수 있으면 양국 간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왼쪽은 연합뉴스 박정찬 사장, 오른쪽은 교도통신 이시카와 사토시 사장.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15일 청와대에서 연합뉴스, 일본 교도통신과 공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일왕의) 방한이 내년 중이라도 이뤄질 수 있으면 양국 간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왼쪽은 연합뉴스 박정찬 사장, 오른쪽은 교도통신 이시카와 사토시 사장. 연합뉴스
“日王 어떤 모습으로 방한하느냐가 중요”

■ 李대통령, 韓-日통신사와 공동회견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연합뉴스, 일본의 대표적 통신사인 교도통신과 공동 인터뷰를 갖고 국내외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1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일왕 방한 문제를 정식으로 거론했으며 정치권의 민감한 이슈인 개헌 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가이드라인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

“가해자 獨, 유럽과 협력하듯 한일 미래지향 동반자 기대”
인터뷰서 ‘천황’ 호칭… 청와대 “고유명사일뿐”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인터뷰에서 가능하면 한일강제병합 100년이 되는 내년에 일왕의 방한이 이뤄졌으면 한다는 제안을 함으로써 일왕 방한 문제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일왕 방한 문제는 양국 간 가장 미묘한 사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밝힌 적이 있지만 그 뒤 일왕의 방한 문제는 별 진전이 없었다. 일본 측은 그동안 방한 분위기가 성숙돼야 한다며 그리 적극적인 태도가 아니었다. 이 대통령이 이날 “한국을 방문하는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떤 모습으로 방문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힌 것은 그런 점에서 일본 측에 또 다른 숙제를 던진 것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이 “한일합병이라기보다는 강제병합이다. 우리는 기억하고 싶은 일이 아니다”며 과거사 문제에 단호한 태도를 보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연대기적 의미가 있는 내년에 과거 문제를 정리하고 새로운 한일관계를 정립해 나간다는 차원에서 일왕의 방한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라는 얘기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내년이 한일강제병합 100년인데 과거사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지 않고 있고,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일본의 몫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일왕을 ‘일본 천황’으로 호칭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도 천황이라고 불렀다. 천황은 ‘고유명사’라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내각이 출범하는 것과 관련해 “한일관계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단계 새롭게 올라가는 계기가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독일과 유럽연합(EU)의 관계 개선 사례를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모델로 제시했다. 그는 “가해자인 독일과 피해자인 여러 유럽 국가의 관계가 오늘날 경제협력과 정치적인 면의 단일화가 되는 EU로 이뤄지는 과정을 보면 아시아, 특히 한일관계가 정말 새로운 차원의 협력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광폭땐 손못대”… 영토-이념 빼고 행정구역-선거제 한정

《[제한적 개헌] “너무 광폭적으로 헌법에 손을 댄다면 이뤄질 수 없다. 정치권에서 아주 신중하게, 현실성 있도록 범위를 좁혀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통치권력이나 권력구조 개편으로 제한하면 검토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개헌 관련 논의에 대한 큰 틀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이 제한적 범위의 개헌을 언급한 배경은 영토나 이념적 문제까지 다룰 경우 현재의 정치지형상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올 소지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개헌 논의는 다른 현안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 청와대는 ‘실용적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정치권에서 논의가 활발해질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개헌 자체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고,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헌법연구자문위원회는 최근 사상의 자유 등 기본권 조항을 손질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권력구조 개편은 상황에 따라선 친박(친박근혜)계 등 여권 내부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의 임기를 조정하는 방안도 정파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언급은 개헌에 대한 원칙적 견해를 밝힌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청와대는 정치권이 합의하고 국민의 뜻이 이에 맞는다면 개헌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해서 청와대가 개헌을 주도하거나 개헌에 대한 안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소+중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 제안… “이번에 꼭 해야”

《[선거구제 개편] “소선거구제 플러스 중선거구제를 같이한다든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한다든가 여러 측면에서 정치권이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구제 개편 방식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법론도 내놓았다. 선거구제 개편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정치 개혁과 지역주의 해소를 위해 이 대통령이 내놓은 제안이다.

이 대통령은 “소선거구제와 중선거구제를 같이 한다든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고, 이번 기회에 반드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선거구제와 중선거구제 병행은 인구가 적은 지방에선 현행 소선거구제를 그대로 적용하고, 인구가 많은 도시에선 중선거구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일본에서 한때 채택한 적이 있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눈 뒤 해당 지역의 정당 득표율에 맞춰 비례대표 의원을 배분하는 제도다.

선거제도 개편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은 한 선거구에서 2∼5명을 뽑는 중선거구제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영남에서 한나라당에 이어 차점자를 배출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선호하는 편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北, 위기탈출 위해 유화책… 핵포기 진정성 안보여”

《[북핵 문제] “북한이 아직도 경제협력을 받으면서 핵 문제는 그냥 시간을 끌어 기정사실화하려는 목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북한의 유화책에도 불구하고 비핵화를 양보할 수 없다는 기존 방침을 거듭 천명했다. “현재로서는 핵을 포기하겠다는 진정성과 징조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은 북한이 실질적으로 핵을 포기해야 대북 지원 등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비핵화가 현실화할 때까지 국제사회의 제재가 유지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하겠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그동안 견지해 온 국제사회의 공조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이 합심해서 같은 전략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특히 “한국은 한국대로, 일본은 납북 문제만 갖고 각자 그렇게 간다면 핵을 포기하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이나 중국이 자국의 이해에 따라 접근하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궁극적으로 해당국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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