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의 苦言… MB의 고민

  • 입력 2009년 9월 15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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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수석 “서민행보 좋지만 로또식 약속 안했으면…”

李대통령 “민원인 딱한 상황 알고도 외면하기가…”

1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민원인 부탁을 너무 들어주지 말라는 이례적인 건의가 나왔다. 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이날 “한 수석이 이 대통령에게 ‘서민행보도 좋은데 민원인에게 약속은 쉽게 안 했으면 좋겠다. 시중에는 대통령 만나는 게 로또를 잡는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해당 수석은 친서민 정책을 입안한 사람 중 한 명으로 가벼운 분위기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민원인을 만난다고 해서 다 들어주지 않는다. 그러나 민원인의 상황이 너무 딱한 경우 그걸 몰랐다면 모를까 알고도 무시하고 외면할 수 없는 게 대통령의 마음”이라면서 웃으며 받아 넘겼다고 이 참모는 전했다.

이 대통령은 4일 경기 포천시에 있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 들러 해당 기관의 딱한 사정을 듣고 여기서 만드는 가구제품을 보금자리주택 등에 납품할 수 있는지 알아봐주겠다고 했다. 또 이날 경기 구리시의 한 재래시장에선 한 할머니가 아들 취직을 부탁하자 수행한 참모진에게 “이 어머니 얘기 좀 듣고 오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10일 서울 남대문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선 즉석에서 시장 출입구 정비를 약속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신종 인플루엔자 사망자가 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경계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분명히 문제지만 지나친 경계심으로 공포감이 조장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고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한편에서는 예방활동을 벌이면서 다른 쪽에서는 차분하게 일상의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 언론은 전체 감염자 수와 희생자들에게 관심을 집중하는데 감염자들 대부분이 치료를 받고 낫는다는 사실도 알려질 수 있도록 (언론에) 협조를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수석들에게 당부했다. 그러면서 “인명피해는 한없이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른바 고위험군 환자들이 아닌 경우에는 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 한국의 감염률은 아직 심각하게 걱정할 단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정감사와 관련해서는 “여야가 지적하는 정부의 문제를 겸허하게 돌아보고 개선해야 하지만 오해가 있는 부분에는 당당하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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