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제안, 내가 아니라 당이 받아”

  • 입력 2009년 9월 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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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沈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자유선진당을 탈당하되 국무총리직은 맡지 않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심각한 沈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자유선진당을 탈당하되 국무총리직은 맡지 않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李총재, 무리한 조건 내걸어 무산”
■ 심대평 前선진당대표 전화인터뷰
‘靑공작정치’ 운운은 책임 떠넘기기
난 충청 아닌 대한민국 총리 원했다
DJ 국장 놓고도 李총재와 대립

자유선진당 심대평 전 대표는 31일 “청와대가 나에게 개인적으로 총리직을 제의한 것이 아니라 선진당 측에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회창 총재가 무리한 조건을 다는 바람에 결국 이 제안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선진당이 “청와대가 우리 당에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심 전 대표를 총리로 데려가려 했다”며 ‘정치공작’이라고 비판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전날 탈당을 전격 선언한 뒤 지역구인 충남 공주로 내려간 심 전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비서진도 없이 혼자 산을 다니며 생각 중”이라며 “선진당 의원들이 나를 찾아와도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선진당은 청와대가 공당의 대표를 총리로 기용하려고 하면서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책임을 다른 데로 떠넘겨서는 안 된다. (총리) 제안을 받은 것도 내가 아니고 조건을 내건 것도 내가 아니다. (이 총재가) 처음부터 (나를) 총리로 못 보낸다고 한 게 아니다. ‘이런 조건이라면 보내겠다’고 해놓고 조건이 안 맞아서 (청와대가) 안 된다고 하니까 ‘공작정치’라는 건 무슨 얘기냐. 나는 처음부터 ‘충청권 총리’라는 얘기 나오면 (총리로) 안 가겠다고 그랬다. 나는 대한민국 총리가 되고 싶었다.”

―청와대가 선진당에 총리 제안이나 정책공조 가능성 등에 대한 의견을 타진했다는 얘기로 들린다. 언제쯤 총리 제의가 들어왔나.

“정치도의상 내가 얘기할 건 아니고, 제의 받은 것은 저쪽이니 저쪽에 물어봐라.”

―선진당이 내건 조건은….

“세종특별시법과 강소국연방제 방안이었다. 강소국연방제는 당내에서도 공감대가 거의 없다. (청와대에) 이를 받아들이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였다.”

―처음부터 총리직 수락에 조건을 내거는 것에 반대했다는 뜻인가.

“(총리직을 매개로) 연대나 연합 공조를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이해타산에 의한 당리당략이다. 심대평이 흥정의 대상이냐.”

―선진당이 ‘1인 정당’이 됐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장례 절차가 국장으로 결정되자 당 대표로서 당내 회의에서 ‘이 결정은 유족들의 뜻을 수용하고 국민들의 애도 분위기를 반영한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러자마자 (이 총재가) 당 대변인을 통해서 즉각적으로 반박한 적도 있다. 이런 식의 당 운영에 대해서 당에 남아선 개혁을 주도할 수 없어서 가슴 아프다. 서서히 우리 당의 변화를 이끌어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계기가 있어서 결심했지만 (탈당은) 오랫동안 생각해 둔 것이다.”

―탈당이 평소 스타일과 맞지 않는 결단이었다는 평도 있다.

“내가 잘 참는 사람인데, 끝까지 못 참는 것이 자존심과 인격을 짓밟는 것이다. 그게 내 스타일이다.”

―이번에는 무산됐지만 앞으로도 심대평 총리설의 불씨는 남아 있지 않은가.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다. 그런 기대를 갖고 (당을) 나온 것은 아니다.”

―여권과의 연대 가능성은….

“그런 생각은 아직 안 하고 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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