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금강산서 100명씩” 남북 의견일치

  • 입력 2009년 8월 27일 02시 54분


어제 남북적십자회담 시작
南, 납북자-포로 문제제기

남북은 26일 금강산관광지구 내 금강산호텔에서 적십자회담을 열어 추석(10월 3일)을 전후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으나 행사 개최 시기와 장소에 이견을 보였다.

남측 대표단은 이날 오후 5시 40분경 열린 첫 전체회의에서 9월 27∼29일 남측 상봉단 100명이 북측 가족을, 10월 6∼8일 북측 상봉단 100명이 남측 가족을 금강산면회소에서 만나자고 북측에 제안했다. 반면 북측은 10월 3∼5일(남측 상봉단 100명), 6∼8일(북측 상봉단 100명) 금강산호텔에서 열자고 제안했다.

남측은 기조발언을 통해 △이산가족 교류사업은 어떤 정치적 상황에서도 추진돼야 하고 △일회성 상봉이 아닌 전면적 생사 확인과 상시 상봉, 고향 방문 등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상호 협력해야 한다는 3대 원칙을 제시했다.

정부가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북한 당국에 공식 제기한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이다. 통일부는 지난해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원칙에 따라 남측은 올해 11월과 내년 설에도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할 것을 북측에 제의했다. 반면 북측은 이날 회의에서 추석 이산가족 상봉 이외에 다른 제의를 하지 않았다. 남북은 27일 대표 간 실무접촉을 통해 상봉 행사 일정을 논의한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영철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은 회의가 끝난 뒤 “3대 원칙을 제시한 것은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남북이) 일관되게 일을 해 나가자는 뜻”이라며 “그러나 북측은 추석 상봉에만 의미를 두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남측이 제기한 상봉 행사 일정에 대해 “추석 명절과 북한 노동당 창건기념일(10월 10일)을 피해 잡았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또 북측이 상봉 장소로 금강산면회소를 꺼리는 것에 대해 “(지난해 7월 완공 이후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곰팡이가 생기고 시멘트가 무너진 부분이 있다고 한다”며 “면회소를 남북이 함께 실사하는 것을 의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남측 대표단은 이날 3시 20분경 금강산호텔에 도착했다. 북측 단장인 최성익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측 인사 10여 명이 남측 대표단을 맞았다. 북측 기자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때 서울을 방문한 북한 조문단에 대한 남측의 반응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남측 대표단은 회의 시작에 앞서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이후 중단된 남북 직통전화를 연결하려 했다. 그러나 전화를 오래 사용하지 않은 탓에 연결되지 않아 회의가 예정보다 40분 늦게 시작됐다. 남북적십자회담이 열린 것은 2007년 11월 9차 회담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이래 1년 9개월 만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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