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기남 “남북화합 할 일 많아… 우리도 노력하겠다”

  • 입력 2009년 8월 22일 02시 58분


김기남이 남긴 조문 글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가 21일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를 조문한 뒤 남긴 글. 사진공동취재단
김기남이 남긴 조문 글
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가 21일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를 조문한 뒤 남긴 글. 사진공동취재단
“조문단 급 높여라 지시받아”
동교동 찾아가 李여사 만나
숙소 100여명 경호팀 배치

21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 조문단으로 서울에 온 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는 남측 인사들을 만나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나타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북측 당국자들의 첫 방문을 계기로 당국 간 고위급 접촉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조문단 일행은 오후 3시 53분 국회에 도착해 4시 35분까지 42분 동안 머물렀다. 조문단이 국회에 도착하자 주변에 모여든 일부 시민이 박수를 치고 “환영합니다”라고 외치며 ‘우리의 소원’ 등의 노래를 불렀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 박계동 국회사무총장, 황희철 법무부 차관, 이재정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박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송영길 민주당 의원 등이 조문단을 맞았다. 박지원 의원이 “박지원입니다”라고 하자 김 비서는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김 비서는 영접한 다른 인사들에게도 “고맙다. 반갑다”고 인사했다. 김 비서 일행은 곧바로 빈소로 들어와 김정일 위원장이 보낸 조화를 헌화한 뒤 고개를 숙여 묵념했다.

김 비서는 조문한 뒤 유족과 일일이 악수하며 위로했다. 김 비서는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에게 “국방위원장께서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저희들 특사방문단을 보내주셨습니다”라고 말했고, 김 전 의원은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조문을 마치고 김형오 국회의장실을 방문한 김 비서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의미에서 고인의 북남 화합과 북남 관계 개선의 뜻을 받들어 할 일이 많다. 저희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인의 조의 표시 기회에 고인의 뜻을 받들어 고인이 염원하고 노력하셨던 의도를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의장 선생을 비롯해 노력 많이 하셔야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 위원장과 좋은 타결을 지은 것도 남북관계를 위해 좋은 일이었고 (억류 중인) ‘800연안호’도 김 위원장이 좋은 지시를 했다고 들었다”며 “(연안호가) 돌아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진 위원장은 “여야를 초월해서 남북관계와 대화의 발전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며 “기회가 되면 북한을 방문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정부 여당에서도 여러 번 남북대화가 재개돼야 한다고 말했다”며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남북대화의 물꼬가 터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비서는 정 대표에게 “자주 뵙고 좋은 얘기 많이 나누자”고 화답했다.

○…이어 조문단은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으로 이동해 이희호 여사를 만나 김 위원장의 조의를 전했다.

배석자들에 따르면 김 비서는 “김 위원장은 역사적인 6월 15일 정상 간 만남을 회고하면서 김 대통령께서 생전에 민족을 위해 많은 일을 하셨다고 언급하고 김 대통령께서 하셨던 일을 유가족이 잘 이어나가시길 바란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은 여러 나라에서 조문단이 오겠지만 남보다 먼저 가서 직접 애도의 뜻을 표해야 한다며 사절단의 급도 높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조문단은 오후 5시 50분경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 도착했다. 오후 8시부터 호텔 2층에서 열린 만찬에는 북한 조문단 4명과 박지원 의원, 임동원 전 국정원장,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모두 12명이 참석했다. 통일부에서는 김남식 교류협력국장이 참석했다. 북한 조문단은 호텔 5층에 머물렀다.

만찬에서 박 의원은 김 위원장에게 조문단을 파견해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담은 이희호 여사의 편지를 조문단에 전달했다고 김 전 대통령 측 최경환 비서관이 전했다. 임 전 원장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자는 얘기를 나눴다”고만 말했다.

호텔 주변에는 경호팀이 100여 명 배치돼 1층 로비 이외의 진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등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이날 오전 북측의 요청에 따라 개통된 판문점 남북 적십자 연락사무소 간 직통전화 1개 회선은 조문단 숙소로 바로 연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 최근 북한의 대남 유화 메시지

△8월 4일 이종혁 북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금강산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나 평양 방문 요청

△13일 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 씨 석방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현 회장과 묘향산에서 면담

△17일 현대그룹과 아태평화위,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 가족 상봉 등 5개항 합의 발표

△19일 김 위원장,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 파견 의사 전달

△20일 군사분계선 육로통행 제한 등 ‘12·1조치’ 철회

△21일 김기남 노동당 비서 등 조문단 6명 서울 방문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