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길 미흡한 점 있지만 후회없어”

  • 입력 2009년 8월 22일 02시 58분


■ 김 前대통령 마지막 일기

“北 핵실험 개탄스러워 오바마 정부 대북대응 미숙”
檢 노前대통령 수사 비판도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일기(사진)가 21일 공개됐다. 제목은 올해 1월 7일자 일기에서 따온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일기 내용은 추모 공식 홈페이지(condolence.kdjlibrary.org)에 올랐고, 소책자 형태로 전국 분향소에 배포됐다. 1월 1일부터 병세가 악화되기 한 달 전쯤인 6월 초까지 작성한 분량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일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감사’였다. 85세 생일을 맞은 1월 6일 DJ는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경제회생과 남북화해의 길을 여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일생이었다. 살아온 길에 미흡한 점은 있었지만 후회는 없다”고 적었다. 5월 2일자에선 “불행을 세자면 한이 없고, 행복을 세어도 한이 없다”며 “어느 쪽을 택하느냐가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것이다”라고 썼다. 5월 20일자에서도 “집 안에서조차 휠체어를 탈 때가 있지만 좋은 아내가 옆에 있다. 감사하고 보람 있는 생애”라고 했다.

평소 남북관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북한 문제에 대한 언급도 많았다. 2월 20일엔 “방한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으로부터 출국 중 전용기 안에서 전화가 왔다…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 표명으로 한국 정부와 북한 당국에 대한 메시지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아무튼 클린턴 내외분의 배려와 우정에는 감사할 뿐이다”라고 적었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한 5월 25일엔 “참으로 개탄스럽다. 절대 용납해선 안 된다”라면서도 “이란, 시리아 등에 개선 의지를 표시하면서 북한만 제외시키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미숙함이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5월 23일)에 대해서는 “신병을 구속하느니 마느니 심리적 압박을 계속하는 등 자살은 강요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며 검찰의 수사 태도를 비판했다. 추모 열기 속에 치러진 영결식(5월 29일)에 대해서는 “현실에 대한 실망, 슬픔 등이 겹쳤기 때문인 것 같다. 정부가 강압 일변도로 나가선 안 된다”고 썼다.

DJ 측 최경환 비서관은 21일 브리핑에서 “눈이 잘 안 보이시고 안경도 안 맞아 일기는 6월 4일자로 끝이 났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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