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도덕성-출신지역-조직안정 ‘3박자’ 고려 낙점

  • 입력 2009년 7월 29일 02시 59분


새 首長 맞는 검찰이명박 대통령은 28일 김준규 전 대전고검장을 검찰총장으로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사법시험 1년 후배인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달 차기 검찰총장에 내정되자 이달 3일 대전고검장직에서 퇴임했다가 25일 만에 검찰 총수로 복귀하게 됐다. 이날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 청사 전경. 박영대 기자
새 首長 맞는 검찰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김준규 전 대전고검장을 검찰총장으로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사법시험 1년 후배인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달 차기 검찰총장에 내정되자 이달 3일 대전고검장직에서 퇴임했다가 25일 만에 검찰 총수로 복귀하게 됐다. 이날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 청사 전경. 박영대 기자
靑 “전방위로 철저히 검증”
16년만의 경기고 출신 총수
영어 유창한 ‘국제통’
“큰 사건 안다뤄 봐” 우려도

이명박 대통령이 김준규 전 대전고검장을 검찰총장으로 최종 낙점한 것은 28일 오전이지만 청와대와 검찰 주변에선 이미 지난주부터 김 내정자의 발탁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돼 왔다.

지역, 도덕성, 검찰 내 신망, 검찰의 글로벌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안이었다.

① ‘비(非)영남 비(非)호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덕성과 글로벌 스탠더드였다”면서도 “지역을 고려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비영남 비호남’ 검찰총장을 골랐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4대 권력기관장 중에서 원세훈 국가정보원장과 강희락 경찰청장이 각각 경북 영주와 성주 출신이라는 점에서 검찰총장은 영남 출신을 배제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한때 국민통합 차원에서 호남 출신 인사의 발탁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영남 배제와 같은 맥락에서 호남 출신도 배제되는 쪽으로 기류가 흘렀다. 이 과정에서 서울 토박이 출신의 김 내정자와 강원 철원 출신의 신상규 전 광주고검장(사시 22회) 등으로 후보군이 압축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② 노블레스 오블리주

지역 문제가 ‘충분조건’이었다면 천성관 파문으로 부각된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기준)는 ‘필요조건’이었다. 천성관 카드가 도덕성 문제로 날아간 상황에서 또다시 도덕성 및 부실 검증 논란에 휘말릴 경우 정권 차원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검증이 이어졌다. 신 전 고검장이 25평형의 전셋집에 살 정도로 청렴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부상하는 듯했지만 검증 과정에서 재산이 적은 데는 ‘다른 이유’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또 자기 소신이 지나치게 강한 게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내정자에 대해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기준을 엄격히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필요한 것은 직접 물어보는 등 전방위로 검증했다. 자기 관리를 비교적 잘했다”고 말했다.

③ 국제 감각

김 내정자는 전형적인 특수수사통이나 공안통이 아니라는 점에서 검찰 내 ‘주류’는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법무부 국제법무과장, 국제검사협회(IAP) 부회장을 맡는 등 ‘국제통’으로 분류되며 영어도 유창하다. ‘미국 조직범죄의 현황과 연방정부의 대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벌어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천성관 후보자의 낙마에 따른 검찰 지휘부 공백 장기화 등의 위기 속에서 검찰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혁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예를 들면 수사기관은 권력기관이 아니다라는 원칙, 수사기법 선진화, 수사관행 선진화 등이 글로벌 스탠더드다. 그 전제는 선진적 법치질서 확립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 내정자는 색소폰 연주와 미술에 조예가 깊고 승마, 요트를 배우는 등 서구적인 취미 활동을 즐긴다. 그는 사석에서 “승마를 귀족 스포츠라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골프보다 돈이 덜 들고 건강에도 좋다. 값이 싼 경기 안산시의 승마장에서 연습을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내정자는 올 3월 재산공개 때 23억3300만 원을 신고했다.

④ 검찰 글로벌화 전기 될까

김 내정자는 평검사 시절부터 ‘총장감’이라는 주목을 받아온 것은 아니지만 탈(脫)권위적인 유연한 사고와 민주적 리더십이 강점으로 꼽힌다. 2007년 3월 대전지검장으로 부임하면서 딱딱하고 형식적인 취임식 대신 칵테일파티를 열어 화제가 됐다. 지연 학연의 사슬로 복잡하게 얽힌 검찰조직을 쇄신하는 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기고,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특별한 ‘라인’이 없는 검사로 분류된다. 김 내정자가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면 김두희 전 검찰총장 이후 16년 만의 경기고 출신 검찰 총수가 된다.

대검찰청의 한 관계자는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늘 경청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분이어서 요즘처럼 검찰이 힘든 시기에는 조직을 정상화하는 데 가장 적합한 분”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또 다른 검찰 간부는 “김 내정자가 대형 부정부패 사건이나 공안 사건을 다뤄본 경험이 없어서 중요한 순간에 얼마나 적절하게 대처할지는 두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 김준규 내정자 주요 약력

△서울(54) △경기고,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21회 △주미대사관 법무협력관 △서울지검 형사6부장 △법무부 법무실장 △대전지검장 △부산고검장 △대전고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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