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서 고생하는 분들 어렵지 않게…김정일 지침”

  • 입력 2009년 7월 1일 12시 20분


"개성공단 기업인 배려하라는 김정일 특별 지침 때문이다." "아니다. 달러 바닥난 북한이 금융제재 대비해 시간 벌기 하는 것이다."

2일 제3차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지난 실무회담에서 통행·체류 제한조치 해제 의사를 비치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배경과 관련해 상반된 분석이 나왔다.

1일 한겨레신문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개성공단 임금 및 토지사용료 등의 재계약 협상과 관련해 "개성에서 고생하는 분들이 어렵지 않게 하라"는 특별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북쪽의 개성공단 관계자들이 최근 개성공단 임금을 월 300달러로 올리자는 북쪽의 요구안과 관련해 "김 위원장께서 '개성에서 고생하는 분들이 어렵지 않게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면서 남쪽 기업 관계자들을 달래고 있다는 것.

신문은 여기서 김 위원장이 거론한 '개성에서 고생하는 분들'이란 개성공단에 입주한 남쪽 기업 관계자들을 지칭한다며 적어도 임금과 관련해선 300달러가 마지노선이 아닌 협상용이라는 분석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한 대북 소식통이 "북쪽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빈말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근 북쪽이 개성공단 현안 협상 과정에서 유연하게 나오는 배경이 거기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북쪽이 개성공단 재계약 협상을 내년 4월 중순까지 끝내자며 1년의 협상 만료 시한을 공식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반면, 민간 대북 단파 라디오방송인 열린북한방송이 발행하는 북한소식지 열린북한통신은 북한의 태도 변화의 비밀은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 그 중에서도 금융 제재에 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북한의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인상 요구액(월 300달러)이 알려지기 한 달 전에 비슷하게 예측했었다.

통신은 최신호(6월 29일 발행)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4월 24일 개성공단 임금 인상을 기존의 4배로 하면서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이때만 해도 국제사회의 금융제재가 임박하고 중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5월 25일 핵실험 후 상황이 급변하자 김정일 위원장은 5월 29일 대책회의를 소집했는데 여기서 만약 외국 북한 계좌가 동결되면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외화는 10억 달러밖에 안 된다는 보고를 받고 최대한 남북 협상 시한을 끌면서 대책을 세우라는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는 것.

10억 달러는 북한의 한 해 무역 적자도 감당할 수 없는 액수로, 2008년 북한은 수출 11억 3000만 달러, 수입은 26억 9000만 달러로 무역수지는 15억 55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결국 이번 유화적 자세는 개성공단 협상으로 시간을 끌어 금융제재 완화의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전술적 동기에서 출발한 것이며, 달러 주머니가 두둑해지면 북한은 언제든 다시 강공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게 통신의 분석이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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