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정책보다 정책 오락가락하는 게 더 나빠”

  • 입력 2009년 6월 26일 02시 51분


류우익 前대통령실장 특강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서울대 지리학과 교수·사진)이 24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 68기 종강 수업에 초청을 받아 ‘지정학적 좌표 읽기’란 주제로 특강을 했다. 이명박 정부 탄생 주역으로 초대 대통령실장으로 기용됐던 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등의 파동을 거치며 4개월 만인 지난해 6월 20일 이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진 전면 개편 때 다른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물러났었다.

오연천 행정대학원 교수의 소개를 받아 강단에 선 류 전 실장은 “대통령실장을 그만둔 지 꼭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 동안은 언론 인터뷰나 외부 강연을 하지 않았는데…”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나라가 시공간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 국가이자 4강에 둘러싸인 분단국으로서 북한 핵과 금융위기, 사회 갈등 등으로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다고 진단한 뒤 선진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적 능력과 의식의 성숙이라는 인적 기반 △경제력과 환경의 질이라는 물적 기반 △민주화와 글로벌화라는 제도적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국 현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한 참석자가 국정쇄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나쁜 정책보다도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게 더 나쁘다”며 국정기조 전환 주장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또 개각 등 인적쇄신 주장에 대해서도 “때가 되면 인사를 하면 되는 것이지 국면을 바꾸기 위한 미봉책으로 개각을 하는 것은 반대한다”며 이 대통령과 같은 견해를 보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류 전 실장은 4대 강 살리기 정책에 대해선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그런 의견을 수용해 잘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한다.

류 전 실장은 공개 활동을 자제해 왔지만 직간접적으로 이 대통령에게 꾸준히 조언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향후 개각 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으로 기용될 가능성을 거론한다.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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