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첫 만남… ‘물만 들이켰다’

  • 입력 2009년 6월 2일 02시 59분


어색한 상견례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왼쪽)와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1일 국회에서 첫 상견례를 가졌다. 두 사람은 이날 6월 임시국회 소집 일정 등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김경제 기자
어색한 상견례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왼쪽)와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1일 국회에서 첫 상견례를 가졌다. 두 사람은 이날 6월 임시국회 소집 일정 등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김경제 기자
이강래 “盧서거 진상규명해야”
안상수 “정치공방 예의아니다”
민주당, 개원 5대조건 제시
6월 국회 ‘가시밭길’ 예고

“강성은 강성이다. 마치 벽하고 이야기하는 것 같더라.”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1일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와 20분 동안 상견례를 끝내고 나오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이날 여야 새 원내사령탑의 첫 회동에서 양측은 현격한 시각차만 확인했다. 6월 국회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시작부터 양측은 뼈 있는 말을 주고받았다. 이 원내대표가 “저보고 강성이라고 하는데 실은 부드러운 사람이다. 제가 부드러운 사람이 될지는 안 원내대표의 협조에 달려 있다”고 운을 뗐다. 이에 안 원내대표도 “저도 부드러운 남자다. 국회 운영이 부드럽게 되기를 바란다”고 응수했다. 이어 안 원내대표가 “한승수 국무총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의장을 맡아 19일부터 해외출장을 가기 때문에 이 기간을 피해 대정부질문을 해달라는 요청이 왔으니 8일 국회가 시작됐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8일에 국회를 열지는 전적으로 안 원내대표의 결단에 달렸다. 빈손으로 오시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맞섰다. 이어 이 원내대표는 “6월 국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경위에 대한 진상과 책임을 명백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고 안 원내대표는 “모든 것을 국회에서 말하자. 지금 정치적 공방을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이후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공개 사과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파면 △특별검사제도와 국정조사 수용 등을 6월 국회 개원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요구와 개원은) 현실적으로 연동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며 “언제 어떤 방법으로 열지는 전적으로 한나라당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6월 국회를 무작정 미루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협상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

반면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민주당이 선제적인 요구를 제시하고 있는데 어떤 요구든 국회를 열어 국회 안에서 논의하는 것이 바른 의회정치”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일단 민주당의 정치 공세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의사일정 협상에 최대한 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5대 요구조건을 끝까지 의사일정과 연계하려 할 경우 정면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한 핵심 당직자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여론의 흐름을 주시하면서 원내전략을 세울 것”이라며 “쟁점인 미디어 관계법 표결처리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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