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실은 열차 늦어도 내달중순 발사장 도착할듯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30일 02시 59분



올해 1월 광명성 2호땐
조립해 발사까지 두달걸려

29일 북한이 2차 핵실험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한반도 긴장은 한층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고를 거듭 무시하면서 핵무기의 폭발력을 높인 데 이어 그 운반수단인 ICBM 시험 발사를 통해 미국 본토를 위협할 능력을 갖추겠다는 계획 아래 거침없는 행보를 내딛고 있는 것이다.
○ 2009년 1월 하순과 똑같은 상황
미국 정보당국이 파악한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준비 상황은 올해 1월 ‘인공위성 광명성 2호’ 발사 준비 당시와 똑같다. 워싱턴 소식통은 “평양 인근 산음동의 움직임은 북한이 4월 발사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나설 태세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 정보당국 관리도 폭스뉴스에 “북한이 어떤 목적을 위해 열차 편으로 탄두를 이동시킬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2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나와 북한의 ICBM 시험 발사 가능성에 대해 “가능한 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 직후인 올해 1월 23일경 산음동병기연구소에서 미사일 본체와 부품을 트레일러에 실어 산음역을 통해 운반했다. 열차는 열흘이 조금 넘은 2월 5일경 발사장인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에 도착했다. 이번에 미사일을 실은 열차가 6월 1일 출발한다고 가정하면 늦어도 6월 중순에는 발사장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의 경우 북한은 무수단리에서 미사일을 조립해 발사하기까지 두 달을 보냈다. 이는 기술적인 이유라기보다는 4월 9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 회의 개최 직전에 발사하기 위해 일정을 조율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는 발사 시기가 더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 의도 분명해 긴장 불가피
북한의 행보는 지난달 29일 ‘자위적 핵 억지력 강화’라는 명분을 들어 예고한 대로다. 북한은 25일 2차 핵실험을 했고 이번에는 ICBM을 쏘려는 것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은 명백히 실전용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며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기 위해 탄도미사일의 신뢰성을 높이고 핵탄두를 정교화하기 위한 실험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2차 핵실험 실시 직후 바로 미사일 시험에 나선 것으로 보아 미사일은 핵실험 전에 미리 만들어 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모종의 조치를 취하기 전에 최대한 기술적 진보를 이루겠다는 속셈도 명백해졌다.
이에 따라 북한의 벼랑 끝 전술과 국제사회의 제재라는 악순환의 사이클은 다시 한 번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는 이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제재 논의와 함께 ICBM 발사 저지에도 나서야 할 상황이다. 특히 미국의 반응은 극도로 예민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알래스카와 서부 지역이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에 들어가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