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5월 24일 02시 5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 충격에 빠진 정치권
여야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에 충격에 빠졌다. 각 당은 일제히 애도의 뜻을 밝히는 논평을 발표하는 한편 주요 당직자들이 참석하는 긴급회의를 열고 향후 파장과 대책을 논의했다.
○ 한나라당 ‘당혹’ 속 정국 영향 촉각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안상수 신임 원내대표 주재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지도부는 모두 검은색 정장에 검정 넥타이 차림이었으며 회의 시작에 앞서 10초 정도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안 원내대표는 “저는 (노 전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생이고 친구”라면서 “너무나 당혹스럽고 또 충격을 받았고, 국민들도 매우 비통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와 정몽준 허태열 공성진 박순자 최고위원, 김성조 정책위의장 등은 회의를 마친 뒤 경남 양산부산대병원을 찾아 조문했다. 한나라당은 여의도 당사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합니다’라고 적힌 근조 현수막을 내걸었다.
호주를 방문 중인 박희태 대표는 당초 25일 케빈 러드 총리를 면담한 뒤 27일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24일 귀국하기로 했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시드니에서 동북쪽으로 150km 떨어진 뉴캐슬 지역의 청정에너지 시설을 시찰하던 중 서거 소식을 전해 듣고 “아이코 참…”이라며 “청천벽력 같은 슬픈 소식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말할 수 없는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유정복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가 많이 놀라고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이후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사회 혼란이라든가 편 가르기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 민주당 ‘침통’, 친노 ‘격앙’
김유정 대변인은 회의 결과 브리핑을 통해 “누가, 무엇이, 왜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 최후를 맞게 했는지 국민과 역사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서울 영등포 당사 및 전국 시도당 사무실에 분향소를 설치했고 해외에 있는 의원들에게 조기 귀국령을 내렸다. 정 대표와 지도부는 이날 오후 양산부산대병원과 봉하마을을 찾았다. 이날 서울에서 지지자 모임이 예정돼 있었던 정동영 의원도 상경 계획을 취소하고 전북 전주에서 경남으로 향했다.
친노(친노무현) 핵심인 안희정 최고위원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다들 자살했다고 하지만 죽임을 당하신 것이다”라며 비통해했다. 안 최고위원은 “권력과 검찰, 일부 언론에 의해 끊임없이 모욕을 당한 결과”라며 “대통령을 지키지 못해 (나는) 죄인이 됐다”고 말했다. 당내 한 친노 인사는 “명백한 정치적 타살”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 자유선진당 ‘애도’ 속 분열 우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서거를 진심으로 애도하며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국민 간의 대립과 분열이 격화되는 도화선이 되기보다 이해와 화해의 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날 오후 김해 봉하마을에 차려진 임시분향소에서 조문한 뒤 “침통함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믿기지 않는 비극을 초래한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도 조문을 마친 뒤 “슬픔에 잠겨 있는 국민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면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민주화 이후 최대 비극”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뉴캐슬(호주)=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