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후계자는 정운 아니라 정철”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20일 02시 58분



황장엽씨와 함께 귀순 김덕홍씨 주장
“당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맡아 수업”

《1997년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와 함께 귀순한 김덕홍 씨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차남 김정철(28)을 지목했다. 김 씨는 최근 퍼지고 있는 3남 김정운(26) 승계설에 대해 “갑론을박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정철이야말로 당 조직지도부의 숨겨진 제1부부장 자격으로 후계 수업을 받고 있으며 아버지의 자리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20일 오전 7시 반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열리는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원장 김석우) 조찬강연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세아들중 당중앙위 입문 유일…김정일 지시 전달-통제 역할”
김 씨는 ‘김정일 북한의 3대 세습 예측과 김정일 이후 북한체제의 변화 전망’이라는 발표문에서 김정철을 후계자로 보는 근거로 그가 세 아들 중 유일하게 노동당 중앙위원회에 입문해 조직지도부 ‘종합 담당 제1부부장’ 직책으로 일하고 있고 조직지도부에서 본부당(本部黨)을 담당하는 이제강 제1부부장이 보좌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 김정철이 후계자인 이유
노동당 조직지도부에 ‘종합 담당 제1부부장’이라는 직책이 있고 김정철이 그 자리를 맡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주장이다.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은 이용철(군 담당)과 이제강(본부당담당), 그리고 2008년 말 발탁된 김경옥(군 또는 지방당 담당 추정) 등 세 사람이다. 김정철이 2000년경 조직지도부 중앙기관지도과 책임부원에 임명됐다는 탈북자 증언이 있었지만 제1부부장 임명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씨는 “김정철은 나머지 제1부부장 3명(본부당, 군, 지방당 담당)의 보고를 받아 김 위원장에게 올리고 그의 지시를 전달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실을 직간접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했지만 정보의 출처는 밝히지 않았다. 또 그는 “후계자의 직책은 절대 대외비여서 북한이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임자인 ‘문성술’ 이후 후임자를 일절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 김정운이 후계자가 아닌 이유
김 씨는 김정철이 유약한 성격이라는 등의 이유로 후계자 후보에서 탈락했다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김정철의 성격과 건강에 대한 여론은 외부에서 떠드는 낭설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군부가 김정운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1970년대 초 북한에서는 김정일이 아닌 김평일(주폴란드 대사·김 위원장의 이복동생)이 김 주석의 후계자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후계자가 된 건 김정일이다. 지금의 김정철과 김정운의 상황이 그때와 같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김정철 체제의 미래는 어둡다
김 씨는 김정철이 승계해도 김 주석과 같은 ‘신격화된 수령’의 지위를 누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철의 생모인 고영희(2004년 사망)는 정실이 아닌 첩이며, 김정철은 해외에서 유학 생활을 하느라 인민들과 생사고락을 같이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 주민이 그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김 씨는 김 위원장의 유고 이후 김정철과 이제강 부부장이 이끄는 ‘전체주의 공산독재체제’가 들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씨는 “새 체제가 식량 문제 등을 풀지 못하면 붕괴의 길을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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