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기업들 “北이 법으로 재산권 보장… 철수 못한다”

  • 입력 2009년 5월 16일 02시 54분


북한이 15일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임금, 세금, 토지임대료 등 개성공단과 관련된 계약의 무효를 선언하는 내용을 담은 통지문을 남측에 보내왔다. 사진은 개성공단 야경. 연합뉴스
북한이 15일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임금, 세금, 토지임대료 등 개성공단과 관련된 계약의 무효를 선언하는 내용을 담은 통지문을 남측에 보내왔다. 사진은 개성공단 야경. 연합뉴스
《15일 북측의 개성공단 무효화 선언을 접한 입주기업들은 “어떻게든 폐쇄만은 막아야 한다”며 크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날 북측의 강경한 발표 내용으로 비춰볼 때 엄포를 넘어선 실질적인 폐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이와 관련해 일부 입주기업인은 의제 문제로 당국 간 접촉조차 이뤄지지 못하는 현실을 두고 우리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3000억 피해… 공단폐쇄땐 1조 넘어

“어떻게든 최악상황 막아야”… 남북간 협의 촉구

입주기업 생산량 50% 넘게 급감

개성공단 기업협회는 이날 서울 중구 서소문동 사무국에서 긴급이사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 뒤 성명을 발표했다. 협회 측은 성명서에서 “통행을 제한한 12·1 조치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기업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북측 약속을 믿고 꾸준히 경영활동을 했지만 이번 선언으로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며 “입주기업들의 의견이 존중돼야 하며 남북 당국은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입주기업인들은 이번 무효화 선언을 지금까지 있었던 개성공단 관련 사건 중 가장 심각한 상황으로 보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의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개성공단에서 입주기업을 철수시키려는 수순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북측이 개성공단에 대한 특혜적 조치들을 재검토하겠다고 통보할 당시 이를 ‘협상카드’로 해석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던 태도와는 사뭇 달라졌다.

이와 관련해 갈수록 거세지는 북측의 위협으로 바이어가 떠나면서 입주기업들의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잇단 주문취소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생산량이 50% 이상 급감하면서 피해액이 2억5142만 달러(약 317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개성공단 폐쇄 시 직접피해액 7300억 원과 국내에 투자했을 때의 기회비용 6300억 원을 합쳐 모두 1조3600억 원의 손실을 예상했다.

“북측도 보장한 재산권 포기 불가”

상황이 이처럼 심상치 않자 남북한 당국을 최대한 자극하지 말고 정부 대응을 지켜보자던 입주기업들의 대응 방식도 바뀌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만나기 전부터 의제를 놓고 티격태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남한 정부의 유연한 자세를 요구했다. 유창근 개성공단 기업협회 부회장은 “남북 당국이 일단 만나서 사태를 푸는 게 우선”이라며 “북측이 개성공업지구법을 통해 약속한 재산권과 신변보장 원칙을 결코 포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개성공단 기업협회는 기존 명칭이던 ‘개성공단기업협의회’를 ‘개성공단 기업협회’로 바꾸고 이달 13일 통일부로부터 명칭변경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의견만 토의하고 친목만 다지는 단체에서 벗어나 앞으로 남북 정부에 적극적인 입주기업들의 의사를 표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개성공단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공사는 북측의 조치로 향후 분양계획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했다. 토공 관계자는 “현재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짓고 있거나 착공 예정인 회사들이 계약 해지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성공단 내 미분양 공장용지의 분양계획을 세워야 하는 시점이지만 지금 같아서는 아예 계획을 추진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