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순정도… 김정일 권력 앞에선 무기력”

  • 입력 2009년 5월 14일 02시 57분


탈북시인 장진성 씨, 이번엔 北독재 고발 시집 펴내

“전작시집 ‘내 딸을 100원에 팝니다’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참혹한 실상을 알렸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그 실상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의 독재체제에 대해 고발하고 싶었습니다.”

탈북시인 장진성(가명·얼굴) 씨가 13일 신작시집 ‘김정일의 마지막 여자’(강남지성사)를 출간했다. 1999년 ‘준마처녀’로 북한 주민들에게 인기를 끈 보천보전자악단의 북한 여가수 윤혜영의 삶을 바탕으로 한 서사시다. 작품 속에서 윤혜영은 자신의 환심을 사려 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대신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하고 그와 동반 자살한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작품의 곳곳에는 김 위원장의 사치스러운 사생활이 담겨 있다.

“오늘도 이 목란관에서/성대한 만찬이 열린다/김정일 위원장과 몇 명의 장군들/그들의 저녁식사 위해서/세계의 요리들이 다 모였다…”(‘첫무대’) “위원장이 가장 많이 머문다는 이곳/최첨단 장비로 호위가 빈틈없고/세상의 사치를 모두 모아/언니들이 조용히 주고받던 그 값은/6천8백만 달러”(‘생일선물’)

장 씨는 “북한에서는 김정일 신격화를 위한 시를 쓰는 시인들은 일반인이 알 수 없는 김정일의 사생활에 접근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윤혜영에 관해서도 취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일성종합대를 졸업한 뒤 조선노동당 작가로 활동했던 시인은 2004년 탈북했다. 그는 신변보호를 위해 가명을 쓰고 있으며 나이와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북한에서 김정일의 권력은 사랑, 순정조차 명령할 수 있을 만큼 절대적이다. 정치적 독재자일 뿐 아니라 사랑에서조차 독재자인 그에 대해 인간적인 고발을 하고 싶었다”며 “문학을 통해 사람들이 북한 인권에 좀 더 관심을 갖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북한 독재체제와 남한의 상황을 비교하는 소설을 쓸 계획도 가지고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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