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씨 “李정부 중도실용노선 큰틀에서 동참하겠다”

  • 입력 2009년 5월 14일 02시 57분


진보 성향의 소설가 황석영 씨(사진)는 13일 “(좌파로부터) 욕먹을 각오가 돼 있다”면서 “큰 틀에서 (현 정부에) 동참해서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을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하고 있는 그는 이날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변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는 물음에 이같이 대답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이나 좌파가 많이 달라졌다”면서 “옛날에는 위에서 파이를 키워 부스러기를 나눠줘 하부구조를 어떻게 하겠다고 한 게 보수라면, 진보는 분배와 평등이고 더 내놓으라는 것인데 지금은 전 세계가 비정규직, 청년실업문제에 직면해 있다. 생산관계가 바뀌어 (좌파가 견지하는) 고전적 이론 틀로는 설명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좌우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진보정당이라는 민주노동당도 비정규직 문제나 외국인 근로자 문제까지는 못 나가고 그저 노동조합 정도에서 멈춰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좌우를 가르는 게 우스워졌다. 좌파는 리버럴해야 하는데,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독재타도나 민주화운동이 억압당했던 관행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황 씨는 “선거에서 준비가 안 된 좌파, 우파 정권이 서로 줄 세우기를 하는 식으로 계속 갈 것이냐. 소모가 심하다”고도 했다.

그는 “2005년부터 중도론을 얘기해 왔다”며 스스로를 중도론자로 규정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이념 정체성에 대해서도 “일부에선 보수우익으로 규정하지만 (이 대통령은) 스스로 중도실용 정권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이 중도적 생각을 뚜렷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나는 봤다”고 말했다.

아스타나=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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