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카자흐서 ‘사우나 정상회동’

  • 입력 2009년 5월 13일 02시 54분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12일 오후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두 번째 중앙아시아 방문국인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 국제공항에 도착해 우미르자크 슈케예프 부총리(왼쪽)의 영접을 받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아스타나=이종승 기자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12일 오후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두 번째 중앙아시아 방문국인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 국제공항에 도착해 우미르자크 슈케예프 부총리(왼쪽)의 영접을 받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아스타나=이종승 기자
대통령 사저에서 만찬 곁들여 ‘최고의 의전’

중앙아시아 2개국을 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두 번째 방문국인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 도착해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사우나 회동’을 갖고 우의를 다졌다. 카자흐스탄에서 ‘사우나 외교’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전 대통령 등 몇몇 정상에게만 했던 최고 수준의 의전이라고 한다. 한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사우나 회동을 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사저에서의 사우나 및 단독 만찬은 비공개로 진행돼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 측에선 수행부장과 남성 통역, 경호원 등 3명만 동행했다. 카자흐스탄의 전통 사우나는 한증탕에서 몸을 뜨겁게 한 뒤 냉수욕을 하며 몸을 식히는 식으로 진행된다. 또 참나무 또는 자작나무 가지로 상대방의 어깨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기도 한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카자흐스탄 측이 두 정상 간 개인적인 관계를 심화하고 이 대통령의 경제위기 극복 경험을 듣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13일 정상회담을 갖고 발하시 석탄화력발전소사업, 잠빌 광구 탐사사업 등 양국 간 에너지·자원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실크로드’의 거점이자 우즈베키스탄의 고도(古都)인 사마르칸트를 방문해 울루그베크 천문대 터, 고대 귀족의 저택을 개축한 아프로시아프 박물관, 모래광장을 뜻하는 레기스탄 광장, 티무르 왕조의 묘인 구르에미르를 차례로 둘러봤다. 사마르칸트가 고향인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직접 안내를 맡았다. 이 대통령은 “과거 여기에 대단한 문명이 있었다” “그간 아시아를 너무 소홀히 했다” 등의 감탄을 연발했다. 아프로시아프 박물관에선 7세기 고구려 사신을 그린 벽화 등을 보며 “과거 중앙아시아와 고구려 간 왕래가 있었던 증거”라며 “일부만 발굴됐다고 하는데 앞으로 더 발굴하면 많은 게 나올 것”이라고 관심을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구르에미르를 관람한 뒤 “자기 나라의 역사를 제대로 나타내려면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가 힘을 합쳐야 경제도 살리고 역사로 바로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스타나=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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