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지켜보던 박희태대표, 1시간 만에 당사 떠나 집으로

  • 입력 2009년 4월 30일 02시 57분


수도권에서 선전한 민주 “얼마만에 맛보는 승리냐”

4·29 재·보궐선거가 여당의 완패로 끝나면서 한나라당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박희태 대표는 이날 개표 시작 전부터 서울 여의도 당사 선거상황실에 나왔다가 대표실에서 개표 방송을 지켜봤지만 한나라당 후보들의 패색이 짙어지자 1시간 만에 자리를 떴다. 박 대표는 선거 결과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자택으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막판까지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였던 경북 경주에서 이상득 의원의 핵심 측근인 정종복 후보가 큰 표차로 뒤지자 침통한 분위기였다. 다른 최고위원들과 당직자들도 당사에서 개표 방송을 지켜보다 하나 둘씩 자리를 떴다. 친이(친이명박)계인 공성진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거대 여당을 견제하는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라면서도 “경주 한 곳은 이길 것으로 봤는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윤상현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나라당에 무엇이 부족했는지 되돌아보고 앞으로 ‘경제 살리기’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인천 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와 경기 시흥시장 보궐선거 등 수도권 2곳에서 모두 이긴 민주당은 모처럼 활짝 웃었다. 전신인 열린우리당 시절이었던 17대 총선 이후 각종 재·보선 등 크고 작은 선거에서 45 대 0이라는 전패 기록을 낳으며 ‘선거만 하면 지는’ 수모를 겪었던 터라 당직자들은 “대체 얼마 만에 맛보는 승리냐”며 환호했다. 정세균 대표는 오후 10시 20분 서울 영등포 당사 3층 상황실에서 “수도권에서 승리를 안겨 준 국민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당직자들은 “정세균” “민주당”을 번갈아 연호했다. 노영민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의 독주와 경제 실패에 대한 평가가 내려진 것”이라고 논평했다. 다만 전통적 강세지역이던 전북 전주 완산갑에서 이광철 후보가 무소속 신건 후보에게 큰 표차로 뒤진 것에 대해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며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경제 살리기와 남북관계 개선 등을 비롯한 국정과제를 흔들리지 않고 잘 챙기겠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