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 근로자들 결근해도 이유 모른채 애태우기 일쑤”

  • 입력 2009년 4월 24일 03시 02분


■ 개성공단 입주기업들 “우리 요구도 들어달라”

“만성적 인력난 시달려도

야근-잔업 지시 어려워

애로사항 지금 해결 안되면

몇년후 결정적 위기 올것”

개성공단 입주기업협의회가 정부 측에 요구할 5가지 조건은 이전부터 입주업체들이 개성공단의 최대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사항들이다. 최근 경기 불황으로 생산량마저 급감하고, 북측이 특혜 재검토를 통보하면서 이런 문제점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셈이다.

일각에선 “입주업체의 애로사항이 지금 해결되지 않으면 몇 년 후에 결정적인 위기로 닥칠 것”이라며 차라리 이번 기회에 인력확충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남북 당국이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원하는 만큼 알아서 인력 쓰게 해 달라

“300명이 돌려야 하는 공장을 200명으로 운영하다 보니 생산라인을 최대로 돌려도 공장 가동률이 80%밖에 안 됩니다.” 2007년 7월 개성공단에 입주한 의류업체 나인모드의 옥성석 대표는 개성에 갈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선발업체가 젊은 인력을 선점해 나인모드를 비롯한 후발업체는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이 회사는 8억 원의 투자비용을 아직 회수하지 못한 채 지난해에만 5000만 원의 적자를 봤다.

세밀한 봉제 업무 특성상 20대 젊은 여성을 채용하길 원했지만 20대 직원의 비율은 30∼40%에 불과하다. 옥 대표는 “이제 막 입주한 업체들은 6개월을 기다려도 필요인력의 50%밖에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우리 회사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이 효율적으로 인력관리를 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예컨대 일부 근로자에게 야근이나 잔업을 지시하고 싶어도 여의치 않다는 것이 입주업체들의 설명이다. 북측 근로자가 결근해도 개별 업체가 경위를 파악하기는 힘들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하루에 결근하는 인력이 전체의 10%에 달할 때도 있어 애를 태울 때가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입주업체의 대정부 요구사항에는 출근율을 높이고, 작업량을 늘리자는 의견이 포함됐다. 최근 입주한 B사 대표는 “해고의 권리도 없다 보니 작업지시를 계속 따르지 않는 일부 근로자에 대해 속만 끓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 개성공단 성공 위한 디딤돌로

3통(통행, 통신, 통관) 문제의 전면적 해결은 입주기업의 최대 숙원사항 중 하나다. 특히 지난해 12·1 통행제한 조치에 이어 지난달 통행차단을 거치면서 입주업체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원자재와 완제품 출입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자 발주사가 하나둘 입주업체를 외면하기 시작한 것. 일부 대기업 발주사는 입주업체에 생산물량을 남측으로 이전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제품과 전선을 생산하는 P사의 경우 삼성 등 대기업이 납기 차질 우려를 이유로 남측 본사에 설비증설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P사는 추가로 5억 원 이상을 들여 남측 설비를 늘렸다.

업체가 요구하는 ‘회계감사제’ 개선도 비용절감과 직결된 문제다. 현재 개성공단 내 모든 입주업체는 북측 요구에 따라 매년 개성공단 관리위원회로부터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이때 들어가는 감사비용 1000만∼3000만 원은 입주업체의 몫이다. 입주기업협의회는 △매출액 100억 원 이상 기업만 회계감사를 받고 △회계감사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제안을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북측의 요구를 합리적인 선에서 들어주면서 이번 기회에 입주업체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경제안보팀장은 “우리 측도 그동안 포기해 왔던 것을 적극 요구해야 한다”며 “3통 보장과 인력 확충, 유연한 인력관리 등은 개성공단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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