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4월 처리 법안’ 내부 혼선

  • 입력 2009년 4월 13일 02시 57분


원내대표가 비틀고 상임위서 제동걸고

한나라당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각종 경제법안과 사회법안에 대한 당내 이견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이 때문에 야당과의 협상은 물론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이들 법안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금주 월·화·수·목요일에 정책의총을 계속 열어 비정규직법안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법안, 변호사 시험법안, 분양가 상한제 폐지법안 등 4건에 대한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중 비정규직법의 경우 정부가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의무 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 냈지만 당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정부 안대로 하면 비정규직이 고착화되기 때문에 시행을 몇 년 늦춰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반면 정책위원회는 이번에 고용 기간을 늘리지 않으면 많은 비정규직이 실업자가 돼 거리에 나앉을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노동계 출신 의원들의 생각은 또 다르다. 김성태 의원은 “고용 기간 연장도 문제지만 파견 업종 확대가 더 문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홍 원내대표는 투기꾼에게 감세 혜택을 주는 방안이라며 반대한다. 서병수 기획재정위원장도 “중과세 폐지가 경제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부정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관련 법안이 4월 국회를 통과하는 것을 전제로 지난달 16일부터 양도세 완화 작업에 착수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럴 거면 당정협의를 왜 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은 양도세 완화에 반대하고 경제 논리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안정기금 설치 방안도 정부와 상임위 간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는 한국산업은행 민영화로 새로 발족하는 정책금융공사에 수십조 원(규모 미정)의 금융안정기금을 둘 계획이다. 하지만 고승덕 의원 등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를 국회의 통제를 받지 않으려는 편법으로 보고 있다. 공적자금의 경우 운용기관(공적자금관리위원회) 인사에도 국회가 관여하지만 정책금융공사 산하의 금융안정기금은 국회가 사후 보고만 받는다.

이 밖에 한국은행법 개정과 4대 보험 통합징수기관 결정 문제 등도 당 지도부와 해당 상임위, 또는 상임위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책 혼선을 정당 민주화의 한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임 의장은 “의원들 간에 충분히 토의하면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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