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막아야 할 것은 미사일 아닌 핵… 핵확산 차단해야”

  • 입력 2009년 4월 6일 02시 54분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의도는 무엇이며 파장은 어느 정도일까. 남북을 둘러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가.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본보는 5일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과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초청해 긴급 대담을 갖고 이번 사태에 대한 평가와 분석, 전망 등을 들었다. 두 전문가는 비록 북한의 의도와는 달리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는 실패했지만 장거리 미사일 실험에는 성공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번 사태가 국제적 핵 확산의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한국 정부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전에 공언했던 대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정식 참가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 송대성 소장

美-北 양자협상 가더라도 北의도대로는 안될것

北 발사체 수준 갈수록 높아져… 日 직접위협 인식

■ 김성한 교수

北, 김정일 체제 안정위해 당분간 초강수 둘것

北에 이득 안되는 게임… 日 핵무장 빌미 줄 수있어



○ 북한 체제 유지를 위한 ‘축포’

▽김성한 교수=북한의 내부적 요인이 가장 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김정일 와병설과 체제 이완 현상이 상당했다. 9일 예정된 최고인민회의 이전에 위성 발사에 성공해 강성대국으로 전진해 간다는 이미지를 줌으로써 3기 김정일 체제의 출범에 축포를 쏘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미국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로 하여금 미사일 문제에 관해 양자 협상을 이끌어내고, 북한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놓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 우리에게는 북한이 주도하는 강력한 정치군사 정세에 적응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송대성 소장=지난해 9월경 김정일이 ‘실종’된 이후 우상숭배라는 상징조작 능력이 떨어지고 탈북자들이 보낸 전단으로 모르던 사실이 많이 폭로됐으며, 춘궁기까지 겹치면서 주민통제가 상당히 위기에 봉착하자 이를 막고자 이벤트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됐다. 또한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강경함을 지적하고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 △주한미군 철수 △한미 전략동맹 약화 등을 꾀하려는 복합적인 정책 속에서 이뤄졌다.

○ 北 발사체 우리 안보에 심각한 위협

▽김=사(射)거리는 탄두 중량에 달려 있다. 탄두 중량을 줄이면 사거리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비록 궤도 진입에 실패했지만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 능력은 상당히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이젠 북한이 핵탄두의 소형화에 성공했느냐가 초점이 될 것이다. 장거리 미사일 능력이 빠른 속도로 늘어간다는 것을 남의 일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

▽송=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장거리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산을 넘어가는 대포가 50m 앞에 있는 빌딩을 파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국민이 뼈저리게 알아야 한다. 이것은 발사체 실험이지 탄두 실험이 아니다. 북한이 발사체에 관해 그만큼 자신감을 가진 것이다. 실험을 통해서 검증이 됐고 더욱 더 우리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김=북한은 이란과의 기술 공조를 통해 상당한 자신감을 얻었던 것으로 보이나 이란보다 무거운 중량의 위성을 쏘아 올리면서 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까지 함께 하려다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란의 덕을 많이 봤으니 만에 하나 이에 대한 보상으로 북한이 이란에 핵기술 혹은 핵물질, 핵무기를 확산한다면 미국으로서는 끔찍함을 넘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조선신보는 이미 북한의 미사일 시장이 확대되었다고 떠들고 있다. 결국 막아야 할 것은 미사일이 아니라 핵이다. 북한이 아직 핵탄두를 소형화하지 못했다면 소형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전술 핵무기 능력이 어느 정도까지 왔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북한이 그런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지 않도록 하는 데 사활이 걸렸다.

○ 美 6자회담 전제로 양자회담 할 것

▽김=어떻게든 북-미 양자회담이 열릴 것으로 본다. 중요한 것은 북-미 양자회담이 열린다고 해서 북한의 목적이 달성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은 핵무기와 투발(投發)수단까지 확실히 보유하고 있으니 미국과 일대일로 핵군축 협상을 하자고 하겠지만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다. 미국은 양자회담을 하더라도 일정한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 6자회담 개최를 조건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한편으로는 압박을 가하면서 한편으로는 대화를 통해 핵 문제와 미사일 문제에 관해 협상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주는 전략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송=직접적인 대화를 하겠지만 북한이 바라는 방식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은 한국을 소외시키려고 하겠지만 잘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가치는 정직, 진실, 보상이다. 북한처럼 속이고, 잘 안 되면 협박하고, 그러다가 자기 할 짓만 하는 가치와는 서로 충돌하지 않을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빌 클린턴이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달리 이성적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천명했지만 북한의 비핵화는 오바마 정부의 양보할 수 없는 목표다.

▽김=김정일이 당면한 ‘마(魔)의 3각 딜레마’가 있다. 김정일은 건강이 안 좋으니까 후계자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게끔 초석을 다져야 하고, 이를 위해 선군정치를 강화해야 한다. 선군정치를 강화하려면 군부의 지지를 받아야 하니까 핵을 포기하기 어려워진다. 초강수를 둘 수밖에 없는 구조적 딜레마다. 이 딜레마를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는 한 미국과의 협상을 백 번 한들 효과를 거둘 수 없다. 북한 문제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조금은 올라갈 수 있겠지만 많이는 아닐 것이다.

▽송=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전에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외교를 통해 조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그렇게 발사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발사하는 것을 보고는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본다. 미국이 대북정책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프레임워크도 제대로 짜이지 않았지만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북한 문제는 상당히 올라갈 것이고 북한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좋게 대화할 상대가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다.

○ 유엔 제재보다는 ‘의장성명’에 그칠 수도

▽김=대북제재결의안 통과는 미국이 막후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어떤 선물을 안겨줄 수 있느냐에 달렸다. 그렇지 않으면 ‘의장성명’이나 ‘의장언론성명’ 정도일 가능성도 있다. 일본은 6자회담에서 중국에 빼앗겼던 이니셔티브를 이번 기회에 상당 부분 만회하고, 외교력과 추진력을 겸비한 외교를 보여줌으로써 비핵화 문제에서 리더십을 보여주고 싶은 것 아닌가 한다. 중국은 그런 면에서 이니셔티브를 놓치는 모습이다.

▽송=중국과 러시아가 장거리 로켓 발사 문제에 대해 일본과 온도 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북한은 러시아나 중국에는 혈맹이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우리나 일본이 위협을 인식하는 정도와 다르다. 일본은 자신들에게 바로 위협이라고 인식한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준비한다고 하면 일본은 직접적인 타격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김=수년 동안 일본은 미국의 도움으로 미사일방어(MD)체제를 구축해 왔는데 역설적으로 이에 ‘빌미’를 준 당사자가 북한이다. 이번 위성 발사를 계기로 일본에서 요격 능력은 물론이고 전술핵무기 대응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핵무장 논의가 또 나올 수 있다. 북한이 정권 안보를 위해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전혀 이득이 안 되는 게임을 한다.

▽송=북한의 안목이 짧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 통미봉남(通美封南) 한다며 노렸던 상당 부분이 물 건너 갈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친북좌파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하다고 계속 주장하지는 못할 것이다. 미국 하원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하지도, 비합리적이지도 않다는 결의안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민주당 정부고 우리는 보수 정부여서 걱정도 많이 했는데 북한이 몇 차례 위기를 고조시키는 바람에 한미동맹이 강화되는 계기가 됐다.

○ 정부, 北잘못 조목조목 지적해야

▽송=발사 직후에 보니 청와대 외교통상부 국방부 어느 부서도 PSI에 전면 참여한다는 소리가 없다. 당연히 가입을 해야 한다. 소극적으로 나오면 동맹국을 실망시킬 것이다. 또한 정부는 북한의 비이성적, 비합리적인 도발 행위를 국민에게 조목조목 지적해줘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도 재고해야 한다. 개성공단은 우리 국민에 대한 신변 보장이 안 된다. 납득할 만한 신변 보장 장치가 될 때까지는 중단하는 게 낫다.

▽김=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북한이 상당히 많은 대가를 치렀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줘야 한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이 여의치 않을 경우 한국이 PSI의 정식 참가국이 되는 게 필요하다. 공언했던 PSI마저도 다시 정부가 서랍 속에 넣으면 북한에 던질 수 있는 메시지가 과연 있겠는가. 개성공단은 당장 문을 닫는 것보다 신변 안전을 더 강화하고 더는 확대하지 않는 선에서 유지해 향후 대북 협상카드로 남겨둬야 한다.

△송대성 세종연구소장

-미국 미시간대 국제정치학 박사

-공군사관학교 교수(1973∼79년)

-국방부 준장(1985∼96년)

-현 한국국가정보학회 부회장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미국 텍사스대 정치학 박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2004∼2007년)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2007년)

-현 동아일보 객원논설위원

정리=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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