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라이스 지침 어기고 힐 차관보, 北과 양자협상”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4분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사진)의 이라크 대사 인준 문제가 강경 보수세력 재결집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안보 매파’들이 북핵 협상을 주도했던 ‘비둘기파 외교관’ 힐 차관보를 표적으로 삼아 포문을 열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힐 대사 내정자 인준 청문회를 앞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인선 철회를 촉구한 상원의원은 확인된 것만도 7명으로 늘어났다.

존 매케인과 린지 그레이엄 의원이 12일 “이라크 문제를 다뤄 본 경험이 없다”며 반대를 천명한 데 이어 지난주 샘 브라운백, 존 카일, 크리스토퍼 본드, 짐 인호페, 존 엔사인 의원도 백악관에 편지를 보냈다.

강경 보수파 주간지 위클리스탠더드는 22일 ‘명령에 불복종했던 대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06년 북핵 실험 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대북 양자협상은 안 된다고 공표했으며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중국의 입회하에만 대면 접촉을 허용했는데 힐 차관보는 이를 어겼다”며 “나중에 라이스 장관은 화를 냈다. 해임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초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대사 내정자의 인준을 둘러싼 ‘약속 불이행’도 거론했다.

“당시 인준을 반대했던 브라운백 의원이 ‘북한과의 논의에 대북 인권특사를 참여시키면 인준 반대를 철회하겠다’고 하자 힐 차관보는 이를 약속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2일 제이 레프코위츠 인권특사는 부시 대통령을 만나 임기 내에 북한 인권문제를 밀어붙이는 문제를 논의했고 대통령은 이를 적극 지지했다. 그러나 힐은 레프코위츠 특사를 한 번도 논의에 참가시키지 않았다. 지난주 힐은 브라운백 의원을 만나 스티브 해들리 안보보좌관이 인권특사의 논의 참여를 반대했기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러 관리들의 설명은 정반대다.”

이 같은 강경파 공세에 맞서 리처드 루거 상원의원 등 비둘기파들은 힐 대사 지명 지지를 천명하고 있어 그의 인준 문제가 오바마 시대 강온파 간의 첫 격돌 이슈가 되는 양상이다.

힐 차관보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핵심 측근인 리처드 홀브룩 아프간·파키스탄 특사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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