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동영]北 우주발사체 쏜다는데도 ‘안보 불감증’

  • 입력 2009년 3월 13일 02시 58분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린다고 한다.

그 발사체에 인공위성이 실릴지 폭탄이 실릴지, 동해로 쏠지 서해로 쏠지 아직까지 확인된 바가 없다.

예측하기 힘든 행보를 보여 온 북한은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리겠다며 연일 미국과 한국에 위협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들과 휴전선을 두고 맞서 있는 한국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다. 파주, 연천, 동두천 등 북한과 맞닿아 있는 곳이나 미군 주둔 지역 주민들도 특별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지는 않다.

당장 큰일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라면을 사재기하고 손전등을 사두는 일은 찾아볼 수 없다.

“예전에 북한 전투기가 넘어올 때야 전쟁난 줄 알고 피란을 가느니 난리였는데, 요즘에야 ‘북한 애들은 원래 그렇다’고 치면서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한두 번도 아니잖은가.”

평생을 접경지역에서 살아온 한 주민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차분하기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하거나 서해상에서 무력도발을 일으키는 등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일반 국민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부는 별다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북한에 대해서도 발언 수위가 더 높아질 것을 우려해서인지 북한이 거침없이 쏟아내는 위협에 별 대응을 하지 않을 정도다.

육해공군에서야 각 상황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겠지만 국지전 등의 위기 상황이 일어나면 평범한 국민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방독면은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예비군이나 민방위 대원들은 어디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피란을 가야 하는지, 아니면 집에 머물러야 하는지 등 유사시 국민이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알아야 할 행동 지침은 지금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학교에서도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북한’에 대한 교육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혹시 정부가 ‘북한을 더 자극해서는 안 된다’라거나 ‘필요 이상의 안보 강조는 우익의 자가발전’이라는 등의 지적을 의식했을까 봐 걱정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는 좌우가 따로 없고, 한때의 안보결핍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뻥 뚫린 해안 경비를 통과해 동해안으로 침투한 북한 잠수함에서 나온 무장공비가 군경과 민간인 15명을 살해한 게 1996년의 일이다. 다들 너무 무사태평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동영 사회부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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