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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월 29일 1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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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첫 후계구도 발언
(박제균 앵커) 갖가지 억측에도 불구하고 후계 구도에 관해 함구로 일관해온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 씨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김현수 앵커) 김 씨가 이처럼 북한의 후계구도와 관련해 언급한 내용과 발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을 베이징의 하종대 특파원을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박 앵커) 하 특파원.(네. 베이징입니다) 북한의 후계 구도와 관련해 김 씨가 말한 내용부터 먼저 전해주시죠.
(하종대) 네. 김정남 씨는 그동안 후계 구도에 대한 외신기자들의 질문이 나오면 항상 '할 말이 없다'거나 '관심이 없다'며 언급을 피해 왔습니다. 그런데 설날을 이틀 앞둔 24일 오전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을 출발해 베이징의 서우두 공항에 도착한 김 씨는 후계구도를 묻는 질문에 뜻밖에도 과거와 달리 '이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며 '아버지만이 결정하실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기자들이 12살 아래의 이복동생인 김정운 씨가 후계자로 지명됐다는 보도가 최근에 있었다고 지적하자 "(이에 대해)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으며 (후계자 문제를) 가정하고 상상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앵커) 김정남 씨의 발언 배경을 놓고 국내에서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베이징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하종대) 김 씨는 이날 기자들을 피해 다니던 평소와는 달리 외신기자들의 질문을 피하지 않고 또박또박 답변을 해 미리 계산된 발언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김 씨가 이처럼 김정일 이후의 후계구도와 관련해 해외언론을 통해 이례적으로 발언한 것은 후계경쟁에서 밀려난 것으로 알려진 김 씨가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 번 외부 세계는 물론 북한 내부에 알리고, 나아가 후계경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동생이 후계자로 결정됐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동생에게 물어보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 자체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박 앵커) 하지만 김 씨는 자신의 발언에 대한 파문이 커지자 스스로 사태를 진화하려 애썼다는 데 어찌된 일인가요?
(하종대) 김 씨는 자신의 발언이 자신의 발언이 후계 경쟁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시도로 해석되자 너무 나갔다고 생각했는지 두 차례에 걸쳐 톤을 바꿨습니다. 먼저 공항을 떠나 숙소인 쿤룬 호텔에 투숙한 직후 호텔 로비에 내려와 기자들에게 "모든 것은 부친께서 결정하는 대로 따르게 될 것"이라며 "나는 (후계자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3일 뒤인 27일 오후 마카오로 가기 위해 다시 베이징의 서우두 공항에 나타나서는 "후계 구도는 아무도 모르고 나는 관심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김 씨는 또 중국 정부가 차기 지도자로 자신을 지지한다는 항간의 소문과 관련해 "그건 사실이 아니다"며 '틀린 정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김 앵커) 최근 몇 년째 김정남 씨가 중국의 베이징이나 마카오 등지에 자주 나타나고 있는데 왜 그런가요?
(하종대) 1971년생인 김정남 씨는 영화배우 출신인 성혜림 씨 사이에 태어난 김 위원장의 장남인데요. 10대 중반부터 북한 컴퓨터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1995년엔 24살의 젊은 나이에 인민군 대장 계급을 부여받는 등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서 지위를 굳히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1996년 이모인 성혜랑이 미국으로 망명하고 자신도 2001년 5월 일본에서 위조여권으로 체포되는 등 물의를 빚으면서 북한에 바로 귀국하지 못하고 해외로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김 씨의 평소 거주지는 마카오이고요, 베이징에도 별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가 마카오와 베이징에서 자주 외신기자들과 마주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박 앵커) 지난해 9월 이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는데요, 김 위원장 이후의 후계구도 어떻게 될까요?
(하종대)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우선 집단지도체제보다는 부자 세습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집단지도체제는 갑작스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고 때나 생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로, 김 위원장이 선호하는 선택이 아니고요. 김 위원장은 자신의 사망 이후에 일어날 수 있는 정치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생전에 아들 중 한 명을 후계자를 결정해 자신이 사망하기 전에 후계자가 집권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현재 김 위원장의 아들 중 후계자로 거론되는 사람은 38살의 김정남과 28살의 김정철, 26살의 김정운 등인데요, 전문가들은 해외로 나돌기 시작한 지 오래된 김정남 씨가 후계자로 낙점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베이징에서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