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더 해봐야 소용없다”… 극한대결 ‘막다른 선택’

  • 입력 2008년 12월 19일 03시 07분


물대포에 분말소화기 맞대응1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 밖에서 민주당 당직자 등이 국회 내에 비치된 소방호스를 이용해 회의장 안으로 물을 뿌리며 진입을 시도하다 안에 있던 경위들이 분말소화기를 쏘자 흰 가루를 피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전영한 기자
물대포에 분말소화기 맞대응
1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 밖에서 민주당 당직자 등이 국회 내에 비치된 소방호스를 이용해 회의장 안으로 물을 뿌리며 진입을 시도하다 안에 있던 경위들이 분말소화기를 쏘자 흰 가루를 피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전영한 기자
■ 한나라-민주 왜 강경투쟁 치닫나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에서 18일 여당의 단독상정-야당의 회의장 난입 시도라는 극한상황이 발생한 것은 여야 지도부가 모두 ‘막다른 골목’에 서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한나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를 연말 임시국회에서 풀어야 할 각종 법안처리의 풍향계로 간주하고 있다. 경제 살리기에 필요하고, 국민적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높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야당의 반대 때문에 처리하지 못한다면 다른 법안 처리도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최근 “4·9총선의 민의는 한나라당에 압도적 다수(172석)를 몰아주면서 ‘할 일은 하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소수인 민주당(83석)의 발목잡기에 끌려 다닌다면 의무를 저버리는 일”이라며 강행 의지를 다져 왔다.

그는 당내에서도 “너무 야당에 끌려 다닌다”는 비판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 있다. 또한 FTA 문제는 시간을 두고 협상을 계속하더라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기에 이른 것도 그가 단독상정을 하게 된 한 요인이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상정 직후 “민주당은 어차피 FTA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과 타협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 및 보좌관이 공사장 해머로 회의실 문을 내리치는 장면이 TV로 방영된 것이 폭력 사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산하게 될 것이란 기대도 한나라당은 갖고 있다.

17대 국회 때인 올 2월 대통합민주신당 소속의 김원웅 당시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이 당내 강경파와 민노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FTA 비준안 상정을 강행한 일이 있다는 점도 한나라당의 단독상정 결정을 앞당겼다.

한편 민주당이 회의장 난입과 상임위 활동 전면 보이콧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지도부의 판단 때문이다.

예산안 처리 이후 당내 강경파는 당 지도부를 겨냥해 “너무 물렁하게 대처했다”고 집중 성토를 해 왔다. 당 일각에서 ‘지도부 교체론’까지 거론되면서 사면초가에 몰린 지도부의 선택지가 달리 없었다는 것.

더구나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의 조기 처리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부드러운 협상 태도를 견지했던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날 상황을 두고 “싸우는 모습이 아름다웠다”는 ‘강성’ 평가를 내렸다.

특히 한나라당이 국가정보원법과 출자총액제한제 폐지와 금융산업자본분리 완화 등 각종 규제완화 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첫 싸움인 한미 FTA 동의안 처리 문제에서부터 밀리기 시작하면 나머지 쟁점 법안 처리에 있어서도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이 작용했다는 것.

그동안 각종 현안에서 공조 체제를 유지해 온 민주노동당과의 관계를 의식해 강공책을 펼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동아닷컴 박태근, 이철 기자


▲동아닷컴 박태근, 이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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