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盧-부시 최악 정상회담…대북제재 놓고 1시간 논쟁”

  • 입력 2008년 12월 8일 03시 03분


버시바우 前주한미대사 퇴임후 첫강연… 후일담 공개

알렉산더 버시바우(사진) 전 주한 미국대사가 5일 9월 퇴임 후 첫 공개강연을 통해 3년간의 주한 미국대사 시절의 후일담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이날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 강연을 통해 “2005년 11월 경주에서의 한미 정상회담은 아마 최악의 정상회담이었을 것”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방코델타아시아에 대한 대북 금융제재를 놓고 한 시간 이상 논쟁을 벌였다”고 밝혔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2006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계기로 좀 현실적으로 됐다”며 “특히 북의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해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해 미국 정부를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방 분야와 한미동맹 현안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대부분 ‘잘못된 이유’로 정책을 결정했지만, 결과적으로 옳은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미국의 대북(對北)정책을 좀 더 유연하게 하기 위해(햇볕정책 쪽으로 견인하기 위해) 이라크에 파병 결정을 내린 것이나, 한국의 주권 회복 차원 문제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를 추진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한 한국의 촛불시위에 대해서는 “30년이 넘는 외교관 인생에 있어서 가장 해괴한(bizarre) 경험이었고, 좌절을 느낀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나와 아내는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였다”며 “노 전 대통령은 국제기준에 의거한 쇠고기의 안전성 담보를 전제로 2007년까지 수입 개방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서는 “2009년 초 양국 의회의 비준과 전면 시행이 이뤄져야 한다”며 “재협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지는 않지만 추가 논의나 부속협의가 의회 비준의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분야에 대해선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수출장벽을 거의 다 해소했다는 데 동의하지만 ‘필요한 분야’에서 일정 정도의 수정을 가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도 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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