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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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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생산물량을 줄이면 북한 근로자들도 ‘아, 이 제품이 시장에서 반응이 좋지 않구나’ 하는 것까지 자연스럽게 안다.”
북한이 군사군계선을 통한 육로통행을 제한하겠다고 밝혀 개성공단의 존폐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개성공단의 ‘시장주의 전파자’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개성공단 입주 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북한 근로자들의 생산능력과 경영에 대한 이해 수준은 남한 근로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배급을 기본으로 하는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인식하기 힘들었던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 브랜드, 디자인 등에 대한 개념을 북한 근로자들이 교육과 생산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됐다는 것.
한 입주 기업 관계자는 “초기에는 바느질이 좀 잘못된 옷을 불량품으로 분류하자 북한 근로자들이 ‘왜 입는 데 지장이 없는 옷을 버리느냐’며 남한 기업이 일하는 방식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지금은 불량품과 품질에 대한 인식은 물론 브랜드 파워나 디자인 경쟁력까지 알고 있는 근로자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증가로 개성시내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까지 개성공단으로 출퇴근하게 되면서 시장 개념은 점차 넓은 지역으로 퍼지고 있다. 정부가 합숙소를 완성하면 이런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측 근로자가 시장경제라는 것을 명확히 의식하지는 못하겠지만 남측의 경영 방식을 통해 시장 원리가 자연스럽게 북한에 전파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