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前대통령 “직접 출두” 왜?

  • 입력 2008년 11월 15일 02시 58분


‘수사 항의’ 표시 검찰 압박 역공

노무현(사진) 전 대통령 측이 14일 국가기록물 유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직접 나와 조사를 받겠다고 밝히면서 방문 조사를 끝으로 이 사건 수사를 매듭지으려던 검찰 수사가 미묘한 상황에 빠졌다.

검찰은 최근 노 전 대통령 측 변호인에게 노 전 대통령을 피고발인 자격으로 조사하기 위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사저를 방문하겠다는 방침을 전하고, 일정 조율에 나섰다.

이를 전해 들은 노 전 대통령은 상당히 불쾌해했으며, 13일까지 검찰 측에 어떤 의사도 밝히지 않은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14일 동아일보 보도로 검찰의 방문조사 방침이 공개되자 ‘검찰에 나가겠다’는 강수로 대응하고 나섰다. 검찰의 방문조사를 무산시키는 동시에 전직 대통령 조사에 부담을 느끼고 있던 검찰을 오히려 압박하고 나선 셈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차원에서 검찰 출석 의사를 밝혔다기보다는 역으로 ‘이번 수사를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출석 의사를 밝히면서도 ‘굳이 조사하겠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노 전 대통령 측의 김경수 비서관은 14일 “노 전 대통령은 7월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모두 나의 지시로 비롯된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 더 무슨 조사가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미 기록물 유출이 자신의 지시였다고 밝혔고, 검찰도 추가로 불법 유출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만큼 조사가 무의미한 것 아니냐는 항의의 뜻이 담겨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이번 대응이 단순히 검찰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정권이 바뀐 뒤 대북정책 기조의 변화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논란 등으로 현 정부와 마찰을 빚어 온 노 전 대통령 측이 재임 시절 명운을 걸고 추진했던 종합부동산세마저 헌법재판소의 일부 위헌 결정으로 무력화되자 ‘더는 앉아서 당하지는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최재호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