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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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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되는 금융위기 속에서 여야 모두 ‘정쟁 국감’이 아닌 ‘정책 국감’을 천명한 터라 기대를 모았지만 말싸움과 고성, 지역구 민원 끼워 넣기 등 구태는 여전했고 신선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9일에는 법제사법위원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감이 파행으로 얼룩졌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문방위 국감은 인터넷 중계와 경찰 배치 문제 등을 놓고 여야가 옥신각신하다가 오후 늦게야 겨우 시작했다. 문방위는 7일 한국관광공사 등 6개 기관 감사 때는 상임위 안에 특위를 만드는 문제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 정작 피감기관에 대한 감사는 대부분 서면질의로 대체했다. 문방위에서 여야 의원들의 막말은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법사위와 운영위원회, 여성위원회 등 일부 상임위는 아직 증인 채택도 하지 못했고 보건복지위원회와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역시 추가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증인 없이 정상적인 국감이 진행될 리 만무하다.
파행 국감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 이어지자 여야는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며 또 다른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10일 “정부와 여당이 국감을 적극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며 관련자 고발 등의 대응 방침을 밝혔고 한나라당은 “야당의 정쟁 만들기가 원인”이라고 맞섰다.
이 와중에도 의원들의 민원성 질의는 여전했다.
7일 행정안전부 국감에서 A 의원은 질의 시간 12분 가운데 11분을 자신의 지역구에 대한 지방교부세를 늘려달라는 이야기를 하는 데 썼다.
B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내 군을 시로 승격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질의 시간 대부분을 채웠다. 그는 “차별하면 군민들을 데리고 와서 시위하겠다”는 황당한 발언도 했다.
9일 지식경제위원회의 한국산업단지공단 국감장에서 공단 임원이 민주당 최철국 의원에게 담뱃갑과 라이터를 던지며 행패를 부린 것은 추락할 대로 추락한 국회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국회의 권위가 무엇보다 돋보여야 할 국정감사 때 오히려 국회의 위상이 실추하는 것은 이전투구에만 골몰한 여야의 자업자득일 것이다. 새 국회를 구성해도 달라지지 않는 정치권의 모습에 국민은 배신감을 느낀다.
길진균 정치부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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