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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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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줄어도 사람 못줄여? 사업비 절반 싹둑… 인건비는 두배로
“일단 신청은 하고 보자” 올해 책정된 예산 17%만 집행하기도
통폐합 발표는 공수표? 정부 “국회가 할일”… 국회는 팔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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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존치 기한이 명시된 5개 과거사위원회를 활동 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폐지하고 나머지 9개 위원회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 하나로 통합하겠다고 발표했다.
감사원도 4월 감사 결과를 통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과거사위의 중복 활동을 지적하며 정비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5일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각 과거사위는 내년에 올해와 비슷한 활동을 하겠다며 예산을 신청했고 기획재정부는 이를 정부 예산안에 반영했다.
행안부 담당자는 “과거사위 통합은 국회가 할 일이며 정부 발의로 통폐합법안을 발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는 과거사위 통폐합과 관련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 인건비는 늘리고 사업비는 줄이고
각 위원회는 내년 예산에서 올해에 비해 인건비는 늘리고 사업비는 줄이는 경향을 보였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47억 원에서 올해 98억 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인건비를 늘린 데 이어 내년 예산에 인건비로 99억 원을 책정해 1억 원을 더 늘렸다.
반면 진실규명공동수행사업 예산은 올해 17억 원에서 내년에 8억 원으로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위원회 고유사업인 ‘집단희생사건 실지조사’ ‘유해 발굴 및 진실규명’ ‘민족독립사건 실지조사’ ‘인권침해사건 실지조사’ 등의 사업 예산도 모두 줄었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도 인건비 예산을 2007년 35억 원에서 올해 48억 원으로 늘린 데 이어 내년에는 50억 원을 책정했다. 반면 진상조사 자료수집 활동 예산은 3억 원에서 1억 원으로 줄었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는 전체 예산이 올해 65억 원에서 내년 26억 원으로 크게 줄었지만 인건비 감소는 400만 원에 그칠 예정이다.
10년 동안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과거사위의 과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기 때문에 과거사위 인력도 구조조정돼야 한다는 게 신 의원의 지적이다.
○ 예산 집행 부진-중복 사업도 많아
과거사위는 매년 예산 집행이 부진하거나 중복되는 사업이 많아 예산을 더 줄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해 학술연구 용역결과물을 기한을 넘겨 제출받거나 아무도 응모를 안 하는 바람에 전체 예산의 12%를 쓰지 않았다가 국회의 지적을 받았다. 올해도 연구용역 예산으로 7억 원이 편성돼 있지만 올해 6월까지 16.8%만 집행됐다.
또 각 위원회는 2005년부터 자료수집, 정보교류 등의 비슷한 목적으로 일본 도쿄에 21번을 다녀왔다. 중복 방문이라는 지적이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는 올해 편성된 65억 원의 예산 중 6월까지 18억 원만 사용했다. 특히 ‘유적지 복원 및 희생자 유해 발굴사업’에 올해 27억 원이 편성돼 있지만 올해 6월까지 22.2%인 6억 원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 과거사위 정리 어떻게 되나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라 한나라당은 올해 1월 당론으로 9개 위원회를 통폐합하는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17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이후 국회에서는 과거사위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
정부는 올해 2월 정부 행정위원회와 국정과제위원회, 5월 정부위원회 정비계획을 발표했지만 과거사위는 정비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신 의원은 “정기국회에서 과거사위를 통폐합하는 내용의 법안을 다시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