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 채널’ 신설 외교 - 안보 협력강화

  • 입력 2008년 9월 30일 02시 58분


푸틴 총리 만나고… 가스도입 체결하고러시아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왼쪽 사진 오른쪽)이 29일 모스크바 러시아 정부 영빈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에 앞서 크렘린궁에서 열린 한국가스공사와 러시아 가스프롬의 천연가스 도입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이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사진 오른쪽)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 이종승 기자
푸틴 총리 만나고… 가스도입 체결하고
러시아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왼쪽 사진 오른쪽)이 29일 모스크바 러시아 정부 영빈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에 앞서 크렘린궁에서 열린 한국가스공사와 러시아 가스프롬의 천연가스 도입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이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사진 오른쪽)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 이종승 기자
에너지-우주개발 등 패키지 교류 합의

한반도 주변 4강 외교 새로운 틀 마련

이명박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29일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를 한 단계 격상하고 광범위한 분야의 실질적 구체적 협력 조치에 합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우주 군사 분야에까지 협력 폭을 확대하고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 관한 협력을 심화하는 등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한반도 주변 ‘4강(强) 외교’의 기본 틀을 완성한 것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와 ‘4강 외교’ 틀 구축=이 대통령은 이날 한-러 정상회담을 끝으로 취임 7개월여 만에 한반도 주변 4강국과의 관계 설정 작업을 마무리했다.

미국과는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 일본과는 ‘성숙한 동반자 관계의 신시대’, 중국 및 러시아와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등으로 모두 이전 정부에 비해 한 단계 진전된 관계를 구축했다. 지난 10년간 좌파 성향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변화하는 국제환경에 맞는 새로운 ‘4강 외교’를 추진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정부는 특히 주변 4강 중 상대적으로 관계가 소홀해 불만이 없지 않았던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공(功)을 들여 러시아-중국 간 관계와 동급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992년 8월 수교 이래 경제에 초점이 맞춰져 온 양국 관계는 앞으로 정치 군사 외교 등 민감한 분야를 포함한 실질적 전면적 협력관계로 교류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협의 채널 구축과 북핵 문제 협조=전략적 관계로의 격상에 따라 한-러 협력 의제는 양자(兩者) 차원에서 지역 및 세계로 다양화되고 이는 결국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주변 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당장 새로운 협의 채널로 외교당국 간 제1차관급 전략대화를 개최하고 군 인사 및 군사기술 등 국방 분야의 교류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북핵 문제에서도 6자회담 틀 내에서의 협력을 강화해 9·19공동성명의 목표를 평화적 외교적 방법으로 조속히 실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한국으로선 중국과 함께 북한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을 견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됐으면 한다”고 말한 것으로 통역된 데 대해 한국 측이 설명을 요청하자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외교차관을 통해 “2007년 정상회담은 과거 여러 남북관계 진전 중 최근의 예로 언급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양국은 또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지역기구 틀 내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국제 테러나 대량살상무기 등 범세계적 이슈 해결을 위해 국제무대에서 공조 폭을 넓히기로 했다.

▽자원 에너지 분야 협력과 인적 문화적 교류 확대=양국은 이날 서캄차카 해상광구 등 러시아연방 내 해상광구 개발과 나노기술, 정보화, 원자력에너지, 우주개발 등 첨단기술 분야의 협력 및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에도 합의했다.

한-러 비즈니스 대화도 확대하고 양국 간 경제통상 협력에 중소기업들이 적극 참여토록 하자는 데도 합의가 이뤄졌다.

사증 발급 소요기간을 단축하고 초청장 승인 절차를 폐지하는 내용의 단기복수사증 협정을 체결하는 등 인적 문화적 교류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도 마련했다.

양국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한-러 수교 20주년이 되는 2010년을 각각 ‘한국의 해’와 ‘러시아의 해’로 지정해 양국 국민 사이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각종 문화행사도 열기로 했다.

이날 회담은 단독회담과 확대정상회담이 각각 1시간씩 예정돼 있었으나 이 대통령이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종단철도 및 가스관 건설 예상 지도를 꺼내들며 상세히 설명하고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아주 흥미롭다. 북한을 상대로 설득 작업에 나서겠다”고 적극 호응하면서 20여 분이 지난 2시간 20분간 진행됐다.

모스크바=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철도연결-에너지 공조-녹색혁명”

李대통령 ‘3대 新실크로드’ 제안

푸틴 총리, 면담시간 돌연 50분 늦춰 외교 결례 논란

■ 정상회담 이모저모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이틀째인 2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면담 시작 시간을 돌연 50분 늦춰 외교적 결례 논란을 빚었다.

러시아 측은 이날 오후 5시(현지 시간)로 예정됐던 면담을 앞두고 갑자기 ‘예정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통보해 왔고, 이 대통령은 이에 따라 출발을 늦춘 채 모처에서 대기하다 연락을 받고 면담 장소인 러시아 정부 영빈관으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과 푸틴 총리는 면담에서 최근 북한의 핵 불능화 역행 조치에 대한 우려와 함께 북핵문제가 더는 악화되지 않고 조기에 해결 국면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한-러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 대통령은 또 상생 공영의 대북정책을 설명했고, 푸틴 총리는 이해와 지지를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이날 저녁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주최 공식 만찬에서 ‘당신의 친구가 누구인지 말하면 당신이 누구인지 안다’는 러시아 속담을 인용한 뒤 “러시아는 한국의 친구”라면서 ‘자 드루쥐부(우정을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하기도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모스크바 시내 세계무역센터(WTC) 빌딩에서 열린 ‘한-러 비즈니스 포럼’ 기조연설에서 ‘철(鐵)의 실크로드’, ‘에너지 실크로드’, ‘녹색 실크로드’ 등 ‘3대 신(新) 실크로드’ 건설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철의 실크로드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의 연결로 태평양에서 유럽을 잇는 ‘철로의 대동맥’을, 에너지 실크로드는 러시아의 풍부한 에너지 자원과 한국의 기술력 및 인프라 건설 경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발휘토록 하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또 녹색 실크로드는 러시아 연해주의 광활한 농림지에 우리의 영농기술과 효율적 경영체계를 접목해 제2의 녹색혁명을 이루자는 것.

한편 러시아 수입차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는 현대자동차는 이날 오후 러시아 산업자원부에서 산업협력 펀드 130만 달러 전달식을 가졌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러시아 교육부를 방문해 한-러 교육자원 교류 확대를 위한 합의록에 서명했다.

모스크바=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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