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로 업무 주는 공정위 “2명 감축 56명 증원”

  • 입력 2008년 9월 24일 03시 06분


■‘작고 효율적인 정부’무색한 부처 요구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이 23일 공개한 행정안전부의 ‘33개 정부 부처의 5개년 중기(中期) 인력운영 계획안’엔 정부 부처가 자체 구조조정 노력을 하기보다는 공무원 증원을 통해 몸집 부풀리기를 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명박 정부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위해 공공부문 중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는 지방이나 민간에 업무를 넘기겠다고 했지만 정작 각 부처에서 향후 5년 동안 지방이나 민간 위탁을 통해 감축하겠다는 인력은 6113명에 그쳤다. 정부의 규제 완화가 제대로 이뤄지면 공무원들이 줄어드는 것이 정상인데도 각 부처는 갖가지 신규 사업을 내세워 오히려 공무원 증원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 감축 노력 없이 ‘늘려 달라’ 요청

소방방재청과 국가인권위원회는 5년 동안 각각 187명과 63명을 늘려 달라고 했지만 자체 감축을 하거나 재배치하겠다는 계획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3만4273명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감축하거나 재배치하겠다는 인력은 49명에 그쳤다. 검찰청도 5년 동안 923명을 늘리겠다면서 기능직 4명만 줄이겠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 정부 규제 완화 방침에 따라 상당 부분 업무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정작 공정위가 5년 동안 규제 완화로 인해 업무가 줄어들어 감소하겠다고 보고한 인원은 대규모 기업집단 관련 사전규제 축소 업무 인력인 2명뿐이었다. 반면 하도급 분야, 가맹사업 분야, 특수거래 분야, 카르텔 분야 등 새로운 12개의 사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56명의 인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보고했다.

이 가운데 공정위는 소송업무 전담인력을 4명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패소로 과징금이 환급된 금액의 10%를 줄이면 130억 원 이상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다”며 공정위가 패소한 원인을 적은 인력 탓으로 돌렸다.

금융위원회는 위원회 내 민간 전문가 38명을 2012년까지 모두 대체하겠다며 그만큼의 공무원이 더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금융위는 “이들을 공무원으로 대체해야 정책 업무뿐 아니라 일상적인 업무 추진이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각 부처가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보고한 504개 사업을 분류하면 필수·국책 사업 179개, 서비스 강화 125개, 법률 제·개정에 따른 인력 증가 95개, 새로운 시설이나 장비 도입 89개, 기타 16개였다.

인력을 감축 또는 재배치하겠다는 사업은 전체 169개 중 부처 자체 감축 79개, 지방이나 민간에 위탁·위임 40개, 기능 감소 35개, 정보기술(IT) 발달로 인한 인력 감축 15개였다.

○ 외교부-농식품부 유사 항목 많아

외교통상부는 65개 항목에 대해 인력을 늘려 달라고 요구해 전 부처 중 항목이 가장 많았다. 에너지와 관련해 ‘에너지 외교 강화’ ‘유럽 에너지 외교 강화’ ‘원자력 에너지 강화’ 등 비슷한 항목으로 각각 인력을 요청했다.

외교부는 지역 정세, 북한 정세, 범세계 이슈 등 분야별 분석팀이 운영돼야 한다며 뚜렷한 업무 분담 없이 정세분석 기능 강화를 목적으로 2012년까지 40명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외교부에 이어 두 번째로 인력 증원 항목이 많은 농림수산식품부는 수산물 관리와 관련해 ‘수입 수산물 현장검사인력 확충’(85명) ‘수출 및 내수 수산물 검사인력 확충’(29명) ‘수산물 분석검사 전문인력 확충’(18명) ‘국내 수산물 안전성검사 전문인력 확충’(14명) ‘수산물 원산지표시 지도단속인력 확충’(37명) ‘수산물 품질관리인증 관리인력 확충’(22명) 등 6개 항목을 요구했다.

○ 불확실한 미래 가정해 증원 요구도

일부 부처는 2월 정부조직 개편 때 자신들의 부처가 지나치게 줄었기 때문에 감축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를 폈다.

국토해양부는 향후 5년 동안 273명의 공무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면서 그중 11명만 감축 또는 재배치하겠다고 보고했다. 국토부는 보고서 중 감축 및 전환 재배치 인력 관련 부분에 “2월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528명 감축과 특별 지방행정기관 이관에 따른 감축으로 갈음하겠다”고 밝혔다.

2월 정부조직 개편에서 정원 187명에서 100명으로 감소된 여성부는 5년 동안 66명을 다시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금융위원회도 2월 개편 과정에서 금융감독위원회와 재정경제부의 금융 부문을 통합하면서 통합되기 이전보다 20명이 줄었다. 금융위는 보고서에서 “감독정책 기능 강화 등 업무량은 대폭 확대됐는데 업무 수행에 필요한 실무 인력은 오히려 감소했다”며 81명을 더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2월 개편 때 정부는 지난 5년간 정권 홍보에 치중한 국정홍보처를 없애고 홍보를 각 부처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는 향후 5년 동안 한국정책방송(KTV) 지원, 인터넷여론 수렴 및 홍보콘텐츠 강화 등 국정홍보 지원을 위해 64명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부처는 불확실한 미래를 가정해 놓고 인력을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산림청은 내년에 남북 산림협력사업, 2011년 북한 황폐지 조림 및 복원 연구를 위해 10명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는 국가정보원이 추진하고 있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통과를 전제로 감청과 관련한 전문적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며 3명을 늘려 달라고 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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