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빠진 청문회… 5개월 ‘쇠고기 정쟁’ 마무리

  • 입력 2008년 9월 6일 02시 58분


‘결과’ 뺀 ‘경과 보고서’만 채택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5일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청문회를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여야는 이날 마지막까지 국정조사 결과보고서에 담을 내용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청문회결과 보고서가 아닌 ‘경과보고서’만 채택하고 청문회를 끝냈다. 13대 이후 17건의 국정조사가 있었지만 ‘결과’가 아닌 ‘경과’ 보고서가 채택된 것은 처음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관련해 “올해 비준 여건은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쇠고기 문제가 풀린다고 곧바로 FTA 비준이 끝난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충족조건은 아니지만 한국 측이든, 미국 측이든 한미 FTA 비준을 위한 하나의 조건으로서 쇠고기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에 앞서 4월 1일과 7일 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 정치권이 FTA와 쇠고기 문제를 연계하고 있다’고 보고했으며, 방미를 FTA 문제를 풀어 나가는 계기로 삼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렸다”면서 “이 대통령도 이 같은 제안을 수락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노무현 정부가 이미 결정한 수입 협상을 마쳤을 뿐이라는 ‘설거지론’을 확인하려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1월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고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을 완전히 준수하겠다”는 대미 협상방침을 관계장관 회의에서 확정한 바 있다.

한 전 총리는 “한미통상 문제는 국익을 위해 정권과 정부를 뛰어넘는 사안이며 한미동맹에 도움이 된다면 잘 해결하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며 협상 타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김용태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직후인 12월 24일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해야 한다는 한 전 총리의 11월 회의 결과에 대해 “당신들은 피도 눈물도 없느냐”며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반대한 점을 집중 공격했다.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제가 책임지고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오늘 청문회를 끝으로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본업에 노력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촛불시위의 원인으로 방송과 인터넷을 지목하며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공포국가가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한나라당 권택기 의원은 “민주당 의원 27명이 미국에 장기 거주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은 뒤 광우병 걱정 없이 잘 지내면서 국민에게 겁을 주는 것은 곤란하다”며 민주당 의원 27명의 명단이 인쇄된 그림판을 공개했다.

이에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체류기간은 정보기관의 협조 없이는 알 수 없다”며 야당 사찰 중단을 요구해 장내가 한때 소란해지기도 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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