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휩싸인 탈북자들

  • 입력 2008년 8월 28일 02시 57분


“간첩이 내 소재 추적하고 다녔다니…”

탈북 위장 여간첩 원정화 씨가 체포된 직후인 7월 중순. 주요 국가기관에서 일하는 탈북자 A 씨는 기관장으로부터 섬뜩한 경고를 받았다.

“함부로 탈북자 신분이나 주소, 전화번호 같은 것 말하고 다니지 말게. 한 여간첩이 검거됐는데 당신처럼 북에서 넘어와 한국에서 잘나가는 남성들의 주소 등을 파악하고 다녔다네. 가족들에게도 주의를 주게.”

같은 처지인 B 씨도 상사에게서 “미모의 여성 탈북자가 성적으로 접근하면 신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두 남성 탈북자는 “이후 가족들이 걱정돼 한동안 일찍 귀가하고 몸가짐도 조심했다”고 털어놨다.

합동수사본부의 수사 결과 원 씨는 탈북자단체 간부와 군 정보요원 등에게 “북한에 있을 때 황장엽 씨와 잘 아는 관계였는데 만날 수 있겠느냐”며 그가 사는 곳을 집요하게 물었다고 한다. 원 씨는 청진 출신 탈북자를 색출하라는 지령을 받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면담한 적이 있는 탈북자 김모 씨 등의 소재도 찾아다녔고 탈북자를 추적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기도 했다.

여성 탈북자 C 씨는 “가뜩이나 탈북 여성들에 대한 이런저런 오해가 많아 취직 등에 어려움이 많은데 이번 사건이 터져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사건이 국내에서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인 탈북 여성 전체에 대한 성적 편견으로 확대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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