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시 국민 누가 지키나

  • 입력 2008년 7월 15일 02시 50분


금강산 직원들도 철수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현지에 있던 관광객들이 13일 모두 귀환한 데 이어 14일에는 금강산 관광지에 근무하는 국내 기업 직원들이 동해선도로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철수하고 있다. 고성=연합뉴스
금강산 직원들도 철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현지에 있던 관광객들이 13일 모두 귀환한 데 이어 14일에는 금강산 관광지에 근무하는 국내 기업 직원들이 동해선도로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철수하고 있다. 고성=연합뉴스
軍, 금강산특구-개성공단 공식 보고라인서 배제

朴씨 피격 제대로 인지 못해 “질병사” 보고 실수

관광객 매년 수십만 방북… 비상사태 대응 구멍

합동참모본부가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의 피격사건 초기에 박 씨의 사인(死因)을 ‘질병사’로 추정해 청와대에 보고하는 ‘실수’를 한 것은 남측 관광객의 비상사태 시 군이 공식 보고 라인에서 배제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남측 관광객의 신변에 치명적 위협이 발생하더라도 군이 이를 조기에 파악하고 실시간으로 대처하기가 어렵다는 게 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금강산 관광특구와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우리 국민의 안전에 중대한 이상이 생길 경우 정부는 관광사업자인 현대아산의 보고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현대아산이 구체적인 사태 파악에 중요한 초기 보고를 통일부와 청와대에만 할 뿐 군 당국에는 별도로 보고할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북한군이 개입된 긴급 사태가 발생할 경우 민간기업 차원에서 북한 당국을 상대로 정확한 정황을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사건이 발생한 11일 오전 11시 25분경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 파견된 상황장교가 현대아산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박 씨의 사인을 물었지만 이 관계자는 “환자가 아니고 죽은 것 같다, 병명은 모르고 전화도 안 된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이후 동해선 CIQ 상황장교는 이 내용을 합참에 보고했고 합참도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부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청와대에 ‘엉뚱한 설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합참의 해명이다.

군 관계자는 “현지에 나가 있는 우리 군 요원이 없고 폐쇄회로(CC)TV와 같은 관측 장비도 배치되지 않은 상태에선 어떤 돌발 상황이 터지더라도 군이 신속히 파악하고 조치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안팎에선 매년 북한지역으로 들어가는 수십만 명의 남측 관광객의 신변 보호를 위한 군 당국의 보고 체계와 대응책이 너무 허술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유사시에 ‘적국’에 있는 우리 국민들의 안전보장을 위해 군 차원의 대비책 마련에 착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 내 급변 사태 등으로 남측 관광객이 불순 세력에게 공격받거나 정치적 이유로 억류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군 차원의 비상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 보듯 북한에 있는 남측 관광객의 신변에 문제가 생겨도 군 당국은 초기 첩보 입수도 힘든 상황”이라며 “유사 사태가 발생할 경우 즉각 군 지휘 계통으로도 전파되도록 보고라인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영상취재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정주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대북지원 즉시 중단해야”

자유민주비상국민회의

자유민주비상국민회의(대표 이철승·사진)는 14일 성명을 통해 “북한이 비무장 관광객을 사살한 만행에 대해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유가족 배상 △우리 국민에 대한 사과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금강산과 개성 관광은 물론이고 모든 대북 지원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민주비상국민회의는 또 “이명박 대통령이 관광객 피살 사건을 보고받고도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유화정책을 답습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포기한 것”이라며 “현 정부의 무원칙하고 갈팡질팡하는 대북 굴종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경제 회생도 어렵게 만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향군 “北 최고책임자 사과해야”

재향군인회는 14일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망사건과 관련해 낸 성명에서 “북한은 이번 사태에 대해 최고 책임자가 정중히 사과하고 재발 방지와 명확한 진상규명을 위해 남북한 공동조사에 즉각 응하고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향군은 또 “현대아산은 모든 대북관광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관광객 신변안전에 대한 북한 당국의 보장을 받아내고, 정부는 모든 대북지원과 관광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안보관련 위기 관리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문기 향군 대변인은 “지난 10년간의 퍼주기 대북지원 결과가 동족을 향한 총탄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조금도 변하지 않는 인면수심의 북한정권 실체를 국민이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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