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盧측 불법 알면서도 강행… 더 큰 문제”

  • 입력 2008년 7월 14일 02시 56분


‘봉하마을 조사’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가지고 간 청와대 기록물을 조사하기 위해 1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방문한 정진철 국가기록원장(오른쪽) 등 조사반이 전해철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안내를 받으며 노 전 대통령의 사저를 나오고 있다. 김해=최재호 기자
‘봉하마을 조사’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가지고 간 청와대 기록물을 조사하기 위해 1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방문한 정진철 국가기록원장(오른쪽) 등 조사반이 전해철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안내를 받으며 노 전 대통령의 사저를 나오고 있다. 김해=최재호 기자
靑 “불법 반출 기록물 원상회복이 최우선 과제”

盧측 “열람권 해석 차이… 불법 인정한 적 없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대통령기록물 무단 반출을 스스로 ‘불법행위’로 인식했었다는 청와대 측 설명이 알려지면서 청와대와 노 전 대통령 측이 다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는 전직 대통령의 ‘준법의식’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비판하고 나섰고, 노 전 대통령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자신들의 기록물 반출을 불법행위로 인정했다. 그래서인지 문제가 안 되게 처리해달라는 뜻을 전달했다”며 “4월 당시 대통령총무비서관이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에게, 당시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각각 전화를 걸었다”고 설명했다.

▽靑, ‘국법 지켜야 할 대통령이 법을 어긴 셈’=이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은 물론 핵심 측근들 가운데 법률가가 많은데 자신들의 반출행위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반출 이전에 이미 알고 있지 않았겠느냐”며 “자신들의 편의만을 위해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진이 법을 어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국법을 누구보다 잘 지켜야 하는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진이 불법성을 알면서도 불법을 저질렀다면 비난은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 측은 재임 중 이 법(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스스로 추진해 만든 당사자”라며 “다른 어떤 해명에 앞서 불법 반출한 기록물을 반환하는 원상회복이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또 “노 전 대통령 측과 정치권 일각에서 이런 저런 정치적 주장을 제기하고 있으나 국가기록물 반출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거듭 강조했다.

▽盧측, “불법 아니다. 주관적 해석일 것” 반박=노 전 대통령 측은 불법성을 인정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천호선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통화에서 ‘청와대 측의 불법성 인정 발언’에 대해 “어떤 말을 갖고 청와대가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다. 현재로서 우리는 자료를 가져간 것 자체에 대해 열람권을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면서 “이런 차원에서 불법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 전 대변인은 “열람권자인 대통령이 기록물을 활용하기 위해 자료를 가져간 것은 불법이 아니며 금지규정도 없다”며 “당시(4월) 청와대와의 대화 과정에서 청와대 측이 어떤 말을 주관적으로 해석해 불법을 인정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로 간에 해석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세부규정이 미비한 상태에서 일어난 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영상취재: 동아일보 사진부 최재호 기자

▼행안부 차관 “e지원 서버 망연결 여부는 확인 못해”

盧 前대통령 “꼬불쳐 둔것 있나 확인해보면 알것”▼

盧측 반납거부로 회수 못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의 대통령기록물 반출 사건과 관련해 국가기록원이 1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사저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섰다.

김영호 행정안전부 1차관과 정진철 국가기록원장, 임상경 대통령기록관장 등 5명은 이날 오전 노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노 전 대통령 측과 협의를 벌였다. 정 원장 등은 이날 오전 10시 반부터 2시간 동안 사저에 머물렀다.

방문 조사 후 김 차관은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사 결과 분명히 ‘e지원(知園) 시스템’ 서버가 있었고 망은 외견상 연결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며 “현행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는 무단 유출된 대통령기록물을 회수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 전 대통령 측 처벌 여부에 대해선 “일단 세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원장도 이날 봉하마을에서 기자들에게 “봉하마을 사저에서 확인한 서버를 회수하려 했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이 ‘열람 방식이 확정된 뒤 반납하겠다’는 주장을 고수해 성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노 전 대통령은 국가기록원 관계자들이 비서진과 협의 중인 낮 12시경 사저 앞에 나와 방문객과 기자들에게 “필요한 때에 자료를 보고 국정을 정리하거나 회고록을 쓸 수 있도록 열람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인데, 왜 자꾸 (성남에) 와서 보라고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기록원에 넘기지 않고 꼬불쳐둔(숨겨둔) 것이 있는지, 여기 기록이 해킹 가능성이 있는지, 원본인지 아닌지 등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모두 확인하라고 했다”며 “오늘 오신 분들이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의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은 이날 오후 별도의 기자회견을 통해 “현 청와대는 기초적 사실을 왜곡하고 졸렬한 방법을 동원했다”며 “지난해 8월부터 12월 사이 당시 행정자치부(국가기록원)와 자료 열람을 위한 온라인 구축, e지원 시스템 복사 문제 등을 논의했으나 협의가 되지 않아 1월 대통령 결정으로 복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천 전 대변인은 “하드 디스크를 통째로 옮겼다는 주장이 있지만 청와대에 있었던 것과 사저의 것은 기종 자체가 다르다”며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료 활용을 위해 복사한 것은 관련법에 걸리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영상취재: 동아일보 사진부 최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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