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북한군 총맞아 사망

  • 입력 2008년 7월 12일 03시 00분


53세 여성, 어제 새벽 5시경 온정리 해수욕장서 2발 피격

北 “군사지역 들어와 정지 요구했으나 도주”

금강산 관광 중단… 관계부처 대책반 구성

금강산을 관광하던 50대 한국인 여성이 북측의 군사 경계지역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금강산과 개성공단 등 북한 지역에서 한국인이 북한의 군사적 공격을 받고 사망한 것은 처음이다.

통일부와 현대아산에 따르면 11일 오전 5시경 북한 강원 고성군 온정리 금강산관광특구 내 해수욕장 인근에서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53·서울 노원구) 씨가 등과 엉덩이에 북한군이 쏜 총탄 2발을 맞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북한은 “박 씨가 관광객 자유구역을 지나 군사 경계지역에 들어왔으며 초병이 정지 요구를 했으나 응하지 않고 달아나 발포했다”고 우리 측에 통보했다.

금강산 북측 담당인 명승지개발지도국은 이날 오전 9시 20분경 현대아산에 사건을 통보했다. 현대아산 측은 ‘현장을 확인하고 시신을 인수했으면 좋겠다’는 북측의 연락에 따라 직원과 금강산병원장을 보내 시신을 수습했다.

현대아산 측은 경찰에 “북측으로부터 통보를 받고 현장 확인을 했다. 남측 경계로부터 북측 해안 쪽 200m 지점에 박 씨의 시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박 씨는 친구 3명과 함께 2박 3일(9∼11일) 일정으로 금강산에 체류하던 중이었으며 이날 오전 4시 반경 혼자 숙소인 비치호텔을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박 씨가 새벽에 산책을 나갔다가 금지구역인 줄 모르고 들어간 뒤 변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의 시신은 이날 오후 1시경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속초로 넘어와 오후 2시 13분에 강원 속초시 속초병원에 안치됐다. 병원 측 검안의는 “직접 사인은 호흡부전이며 선행 사인은 흉부 총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씨의 시신은 오후 10시 반경 서울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옮겨진 뒤 유족들이 참관한 가운데 부검이 실시됐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이진아 동아닷컴 인턴기자

▼정부 “北에 진상규명 요구할 것”▼

李대통령 “안타까운 일… 조사에 北 적극 협조해야”

정부는 11일 금강산 관광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북측에 진상규명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조사결과에 따라 북측에 잘못이 있을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건을 보고받고 “국민의 생명이, 특히 관광을 갔던 관광객이 피격 사망해 참으로 안타깝다. 북한도 진상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정부는 이날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통일부 홍양호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관계부처 합동대책반을 구성해 진상규명 및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홍 차관은 이날 오후 긴급 소집된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북한 측에 공식 진상조사를 위한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도 성명을 통해 “정부와 현대아산은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재발방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고 사업 계속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피랍탈북인권연대는 정부에 진상규명을 위한 민관 합동조사단의 구성과 방문조사를 요구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와 평화네트워크 등 통일운동단체들도 성명을 내고 북한 당국의 사과와 진상규명,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을 비롯한 현대아산 임원 6명은 12일 사건 경위 파악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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