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냉각탑 폭파 이후…신의주 마주보는 中 단둥을 가다

  • 입력 2008년 6월 30일 02시 58분


올 대북 식량수출 절반으로 줄어

압록강변 곳곳 밀수 선박들 활개

“北 냉각탑 폭파로 남북관계 진전 기대”

북한이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한 다음 날인 28일 오전 6시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 시.

북한의 신의주가 바로 마주보이는 강변에는 여느 때처럼 아침 일찍부터 많은 시민이 나와 음악을 틀어놓고 체조를 하거나 단체로 춤을 추고 있었다. 남한과 북한의 인기 가요인 ‘신사동 그 사람’과 ‘반갑습니다’ 등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이곳에서 만난 단둥 시민이나 대북 관련 소식통들은 북한이 냉각탑 폭파 등 북핵 위기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것은 그만큼 북한의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 “북한의 식량난 타개 기대”

단둥의 한 소식통은 올해 북한의 식량난은 몇 가지 악재가 겹쳐 특히 심하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북한이 수해를 입은 데다 중국이 북한을 포함한 외국으로 곡물을 수출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북핵 문제가 답보상태에 머물면서 한국이나 국제사회의 지원도 뚝 끊겨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단둥 한국인회 성구대 회장은 “단둥에서는 북한의 식량난 등 어려운 사정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며 “냉각탑 폭파를 계기로 북핵 문제가 잘 처리돼 대북 지원사업도 한층 적극적으로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7일 저녁 중국 TV가 여러 차례 북한의 냉각탑 폭파 장면을 방영한 때문인지 강변에서 만난 시민 대부분은 냉각탑 폭파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스트레칭을 하던 마윈(馬云·42) 씨는 “밤 뉴스에서 냉각탑 폭파 장면을 보면서 감흥을 느꼈다”며 “한국의 새 정부가 들어선 후 불편했던 남북관계가 진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단둥 압록강 통해 밀수 극성

북한의 식량난이 심화되면서 북한과 중국 간 공식 교역의 80%가량이 이뤄지는 단둥에서는 밤이면 북한으로의 식량 밀수출이 성행하고 있다고 이곳 소식통들은 전했다.

중국이 국제곡물가격 급등에 따라 올해 들어 식량 수출을 제한하고 있어 대북 공식 곡물 수출은 급격히 줄어든 상태다. 단둥 해관에 따르면 올해 1∼5월 북한으로 수출된 식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5%가 줄었다. 그나마 밀가루는 1월에 수출이 중단됐으며 쌀과 옥수수도 4월 이후에는 공식 수출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선 공식 수출량보다 훨씬 많은 양이 밀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둥의 한 소식통은 묵은 곡류를 운반하는 트럭 운전사들의 말을 빌려 “단둥에서는 낮에 하는 수출보다 오히려 밤에 이뤄지는 밀수로 큰돈을 번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특히 최근에는 (밀수업자들이) 산둥(山東) 성이나 허난(河南) 성 등에서 싣고 온 2, 3년 묵은 옥수수와 밀가루를 압록강에서 배를 이용해 밀수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위험 부담 비용까지 합쳐져 밀수로 압록강을 건너는 비용이 과거에는 곡류 t당 50위안(약 6500원)가량이었으나 올해 초엔 200위안, 최근에는 500위안까지 치솟았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북한과의 식량 밀수에 대한 중국 당국의 단속이 이뤄지고 있지만 적발되는 밀수량은 실제 이뤄지는 밀수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단둥 시민들은 북한에서 감자 수확이 곧 시작되면 이 같은 ‘묵은 곡류’의 밀수출이 어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단둥=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