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본부장 “先고시 後서명은 美와 신뢰문제 때문”

  • 입력 2008년 6월 26일 02시 58분


유통 앞둔 美쇠고기 쇠고기 장관 고시 공포를 하루 앞둔 25일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왼쪽)이 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과 함께 경기 광주시 장지동의 삼진글로벌넷 쇠고기 냉동창고를 방문했다. 광주=이훈구 기자
유통 앞둔 美쇠고기 쇠고기 장관 고시 공포를 하루 앞둔 25일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왼쪽)이 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과 함께 경기 광주시 장지동의 삼진글로벌넷 쇠고기 냉동창고를 방문했다. 광주=이훈구 기자
협상 아닌 논의?- 美와 합의된 내용… 문제없어

민간조치 지원?- 민간자율규제 美정부가 보증

QSA 지속여부?- 고시 바뀌지 않으면 계속 운영

뇌 등 반송권한?- 부칙에 ‘한국정부 권한’ 명시

내장 검역 강화?- 검사방법 협의 남아 갈등 소지

《당초 정부는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가 반영된 한미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농림수산식품부장관 고시 발효와 동시에 미국 정부의 공식서한 등 관련 문서를 공개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야당 등 일각에서 “합의된 문서가 없는 것 아니냐” “합의 내용이 정부의 발표와 다르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논란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 25일 관련 문서를 서둘러 공개했다.》

정부가 추가협상 결과를 발표한 21일 밝힌 것처럼 이날 공개된 미국 정부의 서한에는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의 서명이 없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한국에서 정부 고시가 발효되면 미국이 이미 합의된 서한에 서명을 해 보내오기로 했다”며 “미국이 매우 조심스럽게 제기하기는 했지만 양국간 ‘신뢰의 문제’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협상이 마무리됐는데도 추가협상을 요구한 것이 두 차례나 돼 한국 정부의 고시를 보고 난 후 미국이 서명이 담긴 서한을 보내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매듭짓고 싶다는 미국 측의 희망이 있었다는 것이다.

○ “추가협상으로 효력이 있다”

미국 USTR가 이번 협상 결과를 알리는 소식지를 통해 이번 협상을 ‘협상(negotiation)’이 아닌 ‘논의(Discussion)’라고 표현한 것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외교적 협상을 ‘논의’라고 표현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이에 김 본부장은 “국내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놓인 미국 행정부의 처지가 고려된 것”이라며 “고시의 부칙에 반영되는 수정 문안은 미국 측과 모두 합의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추가협상이 맞다는 점을 거듭 밝힌 것이다.

○ “QSA는 민간자율규제를 정부가 보증”

이날 공개된 미국 측 서한에서 품질체계평가(QSA)에 대해 ‘민간 부문의 조치를 지원(Support)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한 점도 어감 차이에 따른 논란을 불러 왔다. 합의가 이행되도록 하는 구속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김 본부장은 “미국 정부가 미국 업계의 자율규제를 지지하기 위해 QSA를 도입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미 측의 서한에도 “미 농무부는 농산물유통법에 따라 미국 정부에 의해 관리되는 ‘QSA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이 프로그램은 모든 미 농무부의 수출증명(EV) 프로그램에 적용되는 품질체계 조건과 운영상 동일할 것이다. 한국으로 선적되는 모든 쇠고기가 30개월 미만 소에서 유래된다는 것을 보증할 것이다”라고 규정돼 있다. 여기에 민간업체들이 QSA를 어길 경우 미국 정부가 프로그램에서 탈퇴시킬 수 있으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만 달러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강제력이 있다는 게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 “경과조치지만 지속성 있다”

30개월 미만 쇠고기를 가려내는 QSA 프로그램이 경과조치(transitional measure)로 ‘지속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이혜민 통상교섭본부 자유무역협정(FTA) 교섭대표는 “고시가 바뀌지 않는 한 계속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도 “경과조치로 종료 시점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과조치이기는 하지만 이 규정이 바뀌려면 미국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한국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소의 뇌 눈 머리뼈 척수 반송권한 고시에 반영”

서한에서는 30개월 미만 소의 뇌 눈 머리뼈 척수에 대해 “양국의 수입 수출업자들이 이러한 품목들은 과거에 교역된 적이 없다고 했으며 동 품목들에 대한 한국 내 시장 수요가 있을 때까지 이러한 상업적 관행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만 언급돼 ‘수입금지에 합의한 게 아니다’라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미국 측과 합의한 수정된 고시 문안 부칙에 “이런 제품이 확인되는 경우 해당 상자들은 소유주에게 반송될 것이다”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반송 권한이 보장됐다는 게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민간업자들이 수입을 원할 경우 국내에 반입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먹을 수 없는 부위기 때문에 현재까지 수입된 적이 없고 민간업자들이 이를 수입하지 않겠다는 자율결의를 하기로 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 측의 반론이다.

○ 내장과 혀에 대한 검역강화는 갈등 소지

이번에 공개된 ‘추가 검역지침 중 일부 내용 합의문’ 중 소의 뇌, 눈, 머리뼈, 척수 등을 반송할 때 머리뼈의 뼛조각 또는 척수의 잔여 조직은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한 대목은 뼛조각의 정의가 불분명해 실제로 반송했을 경우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장과 혀 등의 검역 강화도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4일 쇠고기 검역 검사지침을 강화해 혀와 내장을 수입할 경우 조직검사를 하고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이 발견되면 전량 반송한다는 검역 강화 대책을 밝혔다. 하지만 검역지침서에는 “검사의 실효성을 정당화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를 검토하기 위해 기술협의를 가질 것”이라고 규정해 이 같은 대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미국 측의 이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부는“기술협의 없이 일단 검사를 시작하겠다. 과학적 근거가 있는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 영상취재: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동아일보 사진부 이훈구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