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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6월 12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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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11일 ‘박근혜 총리 기용설’에 대해 “아직 컨베이어 벨트에 오르지 않은 여러 구상 중 하나”라며 ‘박 전 대표에게 간접적으로 총리직을 제의했다’는 보도들을 부인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정국을 수습할 수 있는 유력한 카드”라며 계속 불을 지피고 있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박희태 전 의원이 전날 “박 전 대표 총리 카드는 좋은 카드며 언제나 유효한 카드”라고 한 데 이어 권영세 사무총장도 이날 “박 전 대표 본인이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제의가 온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것이다. 총리가 된다면 현 정국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박 전 대표가 총리를 맡는 것에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작 박 전 대표 본인은 총리직을 맡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총리설이 나돌자 “안 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이날 통화에서 “총리는 대통령과 정치 지향점도 같고, 신뢰 관계도 돈독한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게 박 전 대표의 생각”이라며 “제의도 없었지만 오더라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허태열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대운하 등 주요 정책 방향에 대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생각이 다르고, 두 사람 간 신뢰도 무너져 있는 상황에서 총리를 맡는다는 게 서로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친박 의원 중 김무성 최경환 서병수 의원 등은 “제안이 오면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펴고 있어 아직 여지는 남아 있다. 서 의원은 통화에서 “국가가 어려울 때 개인의 진로에 대한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몸을 던져서 나라를 구해야 한다”며 “단, 두 사람 간의 신뢰가 회복되고 총리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박근혜 총리 카드에 대해 신중한 분위기다. 이 대통령도 이 문제에 대해 의견만 듣고 있을 뿐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박 전 대표 총리설에 진전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컨베이어벨트에 올라가야 진전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 여러 가지 구상 중 하나일지는 모르지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박 전 대표 쪽에서도 청와대가 공식 제의가 없었는데 그런 얘기들이 먼저 나오면 언짢고 불쾌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박 전 대표 총리 카드가 이 정국을 돌파하는 데는 분명 효과가 있겠지만 대통령의 임기 전체를 고려하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자칫 대통령과 총리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갈등을 빚는다면 국정 운영에 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총리는 중립적인 인사나 민주당 인사라도 과감하게 기용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여권 일각에서는 “생각해 볼 수 있는 방안”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정부의 정체성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민심 수습책의 일환으로 내각에 다양한 인사를 넣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