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반공주의’… 박정희 ‘철저한 성장’

  • 입력 2008년 6월 9일 03시 02분


서울대 임도빈 교수 분석

“이승만 전 대통령은 반공주의 외에는 특별한 통치철학이 없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철저한 경제성장 철학을 가진 대통령이었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학술지 ‘행정논총’ 최근호에 기고한 논문 ‘역대 대통령 국정철학의 변화’에서 역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비교 분석했다. 정치 경제 행정 등의 측면에서 각각 어떤 철학으로 국정을 수행했는지 고찰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시대는 ‘통치철학의 부재 시기’로 평가됐다. 반공 외에는 정치철학도, 행정철학도 없었다는 것이 임 교수의 견해다.

박 전 대통령은 공리주의적 철학의 소유자로 평가받았다. 임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에는 관심이 없었고 물질적 풍요를 지고의 선으로 생각했다는 점에서 ‘공리주의적 철학’을 가진 사람이었다”면서 “행정적 측면에선 효율성과 능률성을 중시한 철학의 소유자로 평가했다.

임 교수는 전두환 전 대통령 역시 민주주의는 뒤로 한 채 경제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다는 점에서 ‘박정희 철학’의 연장선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시대는 ‘철학 빈곤’의 시대였다는 것이 임 교수의 평가다. 민주주의에 대한 철학이 없었고 민주화 과도기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못하는 등 철학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철학을 설명하면서 ‘과거와의 단절’이라는 표현을 썼다. 민주화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졌던 그는 군부의 정치 참여를 종식시키는 등 과거와의 단절을 통한 개혁에 몰두했다는 것이다.

경제 분야에선 기업을 중요하게 여겼고 행정에서도 민간의 경영원리를 최대한 도입하는 신공공관리론(NPM)을 도입했다고 임 교수는 규정했다. 그러나 정작 김 전 대통령 본인은 측근들을 중심으로 비밀리에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임 교수는 지적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북 화해’의 정치철학을 실현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전 대통령들과 크게 구별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임 교수는 “스스로를 경제 통일 문제 전문가로 자처하고 주요 정책을 직접 결정하는 등 행정 측면에선 권위주의적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분배 형평 자주 균형을 화두로 한 전형적인 좌파 철학을 가진 대통령이었다. 임 교수는 “모든 사안을 거꾸로 보기도 했다는 점에서 ‘포스트모던적 철학’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한 뒤 “문제는 진보와 보수세력의 갈등을 첨예화시킴으로써 한국 사회를 양분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이 행정철학에 있어선 민주주의를 제고하는 국정 운영인 것 같았으나 정부 스스로가 다른 가치의 중요성을 부인하고 자신의 가치만을 강요하는 독선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분석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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