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1.4달러에 팔려, 끊없는 인신매매 수렁서 고통”

  • 입력 2008년 6월 8일 19시 30분


미국 국무부가 4일자로 발간한 '2008 인신매매 보고서(Trafficking In Person)'에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북한 내 가족을 돌보기 위해 중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나왔다가 성노예로 팔린 한 여성 탈북자의 기구한 삶이 소개됐다.

올해로 8년째 나오는 국무부 보고서가 국가별 인신매매 실태를 설명하기에 앞서 인신매매 및 매춘실태의 대표격으로 소개한 사례는 올해 19세인 소영 양의 사연.

만성적인 북한의 식량난 탓에 영양부족에 시달려 키가 5피트(약 152cm)도 채 안되는 소영 양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었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성적 착취의 악몽뿐이었다.

소영 양은 노동의 대가로 매일 1.4달러(약 1430원)를 주겠다는 고용주의 약속을 믿고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지만 처음부터 중국인 고용주는 이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다.

소영 양은 몇 달 동안 이리저리 팔려 다녔고, 40세의 한 중국인에게 팔려가기 직전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 목사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3년 뒤 북한으로 송환됐고 6개월의 수감생활을 거친 뒤 또 다시 중국으로 탈출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인신매매 조직이었다. 그들은 소영 양을 팔기 전에 여러 차례 강간을 했다.

그의 '새 남편'도 소영 양이 탈출하기 전에 여러 차례 그녀의 몸을 유린했다.

중국 어딘가에 숨어 사는 소영 양은 "많은 사람들이 북한을 탈출하지만 갈 곳이 없다"며 "중국으로 가는 길 외에 다른 루트가 없다"고 털어 놓았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국무부 인신매매 보고서는 북한을 최악의 국가인 3등급으로 분류했다. 보고서는 "최악의 경제사정에다 폭정이 만연하고 기본적인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북한 난민들은 인신매매와 인권유린에 가장 취약한 상황에 몰려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일부 탈북 여성은 조선족들이 많이 사는 지역의 중국인들에게 일종의 '뇌물'로 팔려간다"며 "탈북 여성들이 성적 학대를 감수하는 이유는 북한으로 강제 송환될 경우 반역자로 몰려 가혹한 처벌을 받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중국 정부가 인신매매 조직을 단속하고 있지만 그 처벌이 충분하지 않다"며 "더욱이 북한 당국은 공식적으로 중국에서 일어나는 자국민의 인신매매 피해를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하태원특파원 triplet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