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월 28일 미사일을 발사한 뒤 두 달 동안 ‘입’으로만 한국을 비방해 오다 30일 서해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며 ‘2차 행동화’에 나섰다.
도발의 형식과 의도는 3월 말∼4월 초의 ‘1차 행동화’와 거의 같다. 당시처럼 미사일 발사와 군부의 전화통지문, 노동신문의 ‘논평원의 글’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용했다. 미국과의 핵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한국 내부를 분열시키려는 노림수로 풀이된다.
▽국제 및 남한 정세 고려한 다목적 도발=북한은 그동안 미국과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거나 기선을 제압할 필요가 있을 때 미사일을 발사해 왔다. 1998년과 2006년, 올해 3월 28일의 미사일 발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미사일 발사도 북한 핵 폐기 2단계 종료 및 3단계 시작을 논의하는 6자회담 개최를 위해 각국의 회담 대표들이 중국 베이징에 모여 있는 날 감행됐다.
이명박 새 정부가 다음 달 3일로 출범 100일을 맞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파동에 따른 촛불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시기에 미사일을 쏘고 대남 비방을 강화한 것은 한국 내 보수와 진보 진영의 분열을 조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은 “역도의 기만적 정체와 범죄적 책동에 격노한 민심은 온 남녘땅을 초불바다로 뒤엎고 전민항쟁의 추세를 보이며 탄핵운동으로까지 번져지여 리명박 패당을 극도의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며 한국 내 반정부 세력을 두둔했다.
▽남한 비방의 대상과 논리 심화=노동신문은 4월 1일 ‘논평원의 글’에서 처음으로 이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대남 비방 공세를 폈다. 이후 현재까지 김하중 통일부 장관 등 당국자와 ‘비핵 개방 3000’ 구상 등 대북정책, 통일부 등이 비방의 대상이 됐다.
두 달 만에 다시 등장한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은 현재까지 나온 비방의 종합판 성격이 강하다. 개인과 정책, 조직을 비방하는 데서 나아가 ‘실용주의’라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A4용지 5쪽 분량의 논평은 “북남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처럼 다루면서 실용주의를 적용하는 것은 범죄적 폭거”라며 새 정부의 △‘비핵 개방 3000’ 구상 △경협 4대 원칙 △대북 인도적 지원 3원칙 △한미동맹 강화론 등을 조목조목 비난했다.
논평은 “리명박이 (중략)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부정하고 북남관계를 가로막아 나서면서 범죄적인 ‘실용주의’에 계속 매달린다면 온 겨레의 항거에 부딪쳐 수치스러운 종말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저주로 끝을 맺고 있다.
북한 군부는 3월 28일 서해상 미사일 발사 다음 날인 3월 29일 전화통지문을 보내 남북 당국 관계 중단을 경고한 바 있다.
이날 다시 보내온 전화통지문을 통해 북한 군부는 황해남도와 개성, 강원도 군사분계선 일대 및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의 통행도로와 관광지 등에 한국군과 보수적인 시민 사회단체 등이 삐라를 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군 당국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北“풍족하진 못해도 아사자 없다”▼
북한의 농업 당국자가 식량난을 인정하면서도 아사자(餓死者) 발생은 부인했다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3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전민이 떨쳐나 식량문제 해결을’이라는 제목의 평양발 기사에서 북한의 농업성 관계자가 “식량 사정이 어려운 것만은 사실이다”라고 하면서도 최근 북한에서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일부 서방 언론들’의 보도에 대해서는 “생활이 풍족하지는 못해도 인민들은 보다 좋은 미래를 안아오기 위해 분발하고 있다”며 강력히 부정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북한에서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해 온 북한 인권단체 ‘좋은 벗들’ 이사장 법륜 스님은 “북한 당국은 아사자 발생 사실을 외부에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