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 인선 지연… 靑 ‘3중고’

  • 입력 2008년 5월 30일 02시 58분


‘인물’… 전문-도덕성 겸비 드물어

‘로비’… 정치권 줄대기 위험수위

‘절차’ …내부 의결 관문 통과해야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국책은행 정부 유관단체 기관장 인선과정에서 3중고(重苦)를 겪으면서 인선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철저한 검증에 따른 인물난에다 무차별 로비전, 여기에 각 기관은 이사회나 인사위원회 추천 의결 등의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전 정부에서 내규를 바꿔 놔 인선작업이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인물난=우선 전문성과 도덕성 능력을 모두 겸비한 인물이 많지 않다. 10년 만의 정권 교체로 중용할 보수진영의 인재풀이 씨가 말랐다는 얘기다.

청와대의 철저한 검증도 인물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인사파동을 겪었던 청와대는 이번만큼은 제대로 검증하겠다며 샅샅이 조사하고 있다. 한 후보자는 “내 출입국 기록은 물론 자식들의 출입국 기록까지 조사해가더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족한 인력 풀에서 검증을 하고 나면 남아 있는 사람이 없다. 그나마 경력을 관리해온 관료 출신들 정도만 검증을 통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로비전=청와대는 기관장 인선과정에서 정치권 줄대기가 위험수위에 달했다고 판단해 이날 대응지침까지 마련한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기업, 국책은행 등의 신임 최고경영자(CEO) 선발 과정에서 정치권의 로비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일부 인사들은 노골적으로 여권 핵심 인사들의 이름을 들먹이며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넣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권 인사나 권력실세의 측근을 빙자하는 인사의 개입이 드러나는 경우 무조건 후보군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강조했다.

실제 청와대는 현재 공모가 진행 중인 국민연금 기금운용이사의 경우 서류심사에 최종 합격한 6명에 대해 내부적으로 정치권 인사 개입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각 기관의 인사절차도 복잡=각 기관은 기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이사회나 인사위원회 등의 추천과 의결을 거치도록 내부 규정을 갖고 있다. 청와대가 후보를 결정하더라도 각 기관의 내부 절차를 따라야만 한다는 것.

한 정부 관계자는 “이사회나 인사위원회 내부의 반발이 있는 경우 임명 자체가 지연되거나 취소될 수도 있다”며 “이사회나 인사위원회가 대개 한 달에 한 번 소집돼 자칫 시기를 놓치면 한 달 간격으로 인사가 지연되는 문제점도 있다”고 말했다.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직위 해제 靑 행정관 출근 논란▼

총선 개입 논란으로 직위 해제됐던 청와대 행정관이 청와대에 계속 근무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실 최모 행정관(4급)은 총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달 3일 서울 강남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서상목 전 의원의 홈페이지에 비난 글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 같은 달 5일 직위 해제됐다.

그러나 최 행정관은 대기발령 상태에서 줄곧 청와대에 근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관련 업무의 전문성 등을 감안해 직위해제 이후 업무를 계속해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은 최 행정관이 여전히 직위해제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직위해제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출근을 하는 셈. 최 행정관은 서 전 의원이 출마했던 지역구에서 당선된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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