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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2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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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재오(사진) 전 최고위원은 25일 “집권 초기에 이명박 정부의 실수가 있다면 그 모든 것을 제가 안고 떠나겠다”며 “우리 한나라당이 저를 제물로, 희생양으로 해서 성공하는 정부, 성공하는 대통령을 만들어 달라”고 강조했다.
26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현역의원, 당선자, 원외 당협위원장 등 100여 명이 참석한 환송회에서 “내가 할 말은 많지만 (그러면) 사고치잖아요”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이명박 정부가 약속한 대로 경제를 살리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저는 5년 후에도 한국에 안 돌아와도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또 고희선, 이재웅 의원 등 18대 총선 낙천, 낙선자 10여 명의 이름을 언급한 뒤 “대선에서만 이기면 뭐든지 다 되는 줄 알았다”면서 “결과적으로 잘못돼서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공개적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이날 참석한 인사들은 “이재오가 있으면 (당으로) 안 들어온다는 사람이 있어서 가는 것”(차명진 의원), “기약 없이 떠나는 사람”(이윤성 의원), “‘자의반 타의반’이라는 정치 용어가 있는데 지금이 그렇다”(박찬숙 의원)는 등 불만 섞인 목소리를 터뜨리기도 했다.
앞서 이 전 최고위원은 지역구인 서울 은평구의 한 음식점에서 당원협의회 관계자와 지지자 100여 명이 참석한 송별 오찬에서 “부족한 것을 더 배워와 5년, 10년 후에 펼쳐질 한국 정치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절차탁마’하기 위해 떠난다”는 인사말을 하던 중 두 차례나 눈물을 흘렸다.
이 전 최고위원은 26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해 6개월에서 1년간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에서 객원 연구원 자격으로 연수할 계획이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