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野 전락’ 민주당 무기력증

  • 입력 2008년 5월 26일 02시 57분


민주 정세균의원 당대표 출마 선언통합민주당 정세균 의원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에서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민주 정세균의원 당대표 출마 선언
통합민주당 정세균 의원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에서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농림장관 해임 부결’ 이후 정국주도 동력잃어

당권 경쟁 맞물려 역량분산… 야권 공조 흔들

원내 제1당인 통합민주당은 18대 국회 개원과 함께 81석짜리 정당으로 외형이 축소된다. 비단 외형뿐만 아니라 결이 다른 집단들이 선거를 위해 합치다 보니 내부의 이견 조율도 쉽지 않고 정체성도 불분명하다.

우원식 의원은 25일 성명을 통해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부결된 것은 대선과 총선 패배의 후유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절망적 결과”라며 “어떤 변명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여당 및 정부 대 시민의 대결에서 민주당은 제3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정 장관 해임안이 무산된 이후 정국을 끌고 갈 동력을 찾지 못해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민주당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쇠고기 고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 △원 구성 협상 거부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위헌소송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등이지만 효과가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반응이 많다.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서는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며 전당대회가 열리는 7월 초까지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정치권의 자리다툼에 불과하다는 역풍도 감안해야 한다.

헌법소원은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지 않는 데다 기대와 다른 결정이 나면 후폭풍을 감수해야 한다.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는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은 여대야소 국회에서 통과될지 의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장외투쟁을 거론하고 있지만 중진 의원 상당수가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당권 경쟁이 점화됐다는 점도 당내 역량을 한 곳에 집중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정세균 의원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에서 7월 6일 있을 대표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또 27일 열리는 원내대표 경선에 참여키로 한 원혜영 김부겸 의원은 이날 원 의원을 단일 후보로 추대키로 합의했다고 밝혀 선거 분위기를 달궜다. 원내대표 경선에는 홍재형 이강래 의원도 출사표를 냈다.

자유선진당이 창조한국당과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키로 한 것도 악재로 풀이된다. 선진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면 야당 공조가 삐걱거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해임건의안이 부결된 23일 오후 민주당과 선진당, 민주노동당 실무자가 모여 대책을 숙의했지만 선진당이 위헌소송에 부정적 견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제1야당이면서도 현실 정치에서는 주변부 정당으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많다”고 털어놨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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