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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1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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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 대통령만 쳐다봐 업무 획일화
靑 수석실 힘겨루기… “차라리 입다물자”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한 오찬 자리에서 “정부 부처의 개혁에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국민과의 소통에 소홀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16일 전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정 지지도 급락과 함께 비판여론이 늘어난 원인을 ‘소통’의 부재에서 찾은 것이다. 실제 이명박 정부 곳곳에서는 ‘소통’ 아닌 ‘불통(不通)’ 증세까지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맥경화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
○ 정치권과의 불통
‘탈(脫)여의도 정치’를 외쳤던 이명박 정부는 지금 여의도와 소통에 장애를 겪고 있다.
통합민주당 의원들은 “야당 근처에서 청와대 정무담당 관계자들을 만났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없고, 전화조차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쇠고기 협상 등 현안에 대해 청와대가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적이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과도 추경예산, 친박(친박근혜) 인사 복당 등을 놓고 사사건건 엇박자다. 이재오 이방호 정종복 박형준 의원 등 이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총선에서 낙선하면서 청와대와 당을 이어줄 ‘가교’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와는 오래전부터 채널이 막혀 있다. 청와대 관계자조차 “친박 사람들과 얘기가 되는 사람이 청와대에는 없다”고 말할 정도다.
10일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청와대 회동은 공식라인인 박재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유정복 의원이 아닌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무소속 김무성 의원 사이에서 성사됐다고 한다. 또 사전에 의제에 대한 합의가 안 된 탓인지 회동 이후 두 사람 사이는 더 나빠졌다.
○ 정부 부처와의 불통
이 대통령이 3월 일산경찰서를 방문해 어린이 납치미수사건에 대해 질책을 한 뒤 일선 경찰서는 앞 다퉈 수사전담팀을 만들었다. 하지만 강력부서 인력을 빼서 전담팀에 배치한 탓에 다른 강력범죄 수사가 지장을 받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일선 경찰들은 “안 그래도 수사인력이 부족한데 전담팀 만든다고 사람을 빼가면 범인은 어떻게 잡느냐”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다”라는 등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요즘 자원외교에 ‘올인(다걸기)’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자원외교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에너지 자원 대사직을 신설하고, 해외 공관의 자원외교 업무를 보좌하기 위해 ‘현지인 특별자문관’ 제도도 도입했다. 3월에 열린 업무보고에서는 50여 분간 토의시간 내내 자원외교에 대해서만 토의가 이뤄졌다. 최대 현안인 북핵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감사원은 공기업 감사에 전 인력을 투입해 다른 업무가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각 부처가 대통령의 뜻을 존중해 따라주는 것은 고맙지만 지나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대통령은 창조적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지 획일적인 것을 원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 청와대 안팎의 불통
청와대 내부도 소통이 원활치 않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권 창출에 기여를 한 이른바 ‘지분 있는 인사’는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고 있지만 ‘고용’된 사람들은 눈치를 보며 할 말을 제대로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여기에 각 수석실 사이 경쟁과 힘겨루기로 수석실 간 ‘불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청와대 밖의 목소리가 이 대통령에게까지 전달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친이(친이명박) 세력 가운데 청와대에 입성하지 않은 사람들의 비판과 조언이 청와대 ‘담장’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한 여권 인사는 “밖에서 충언(忠言)을 하면 청와대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가 한 자리 하려는 것 아니냐’며 음해를 한다”며 “오해를 받느니 차라리 입을 다무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黨 “민심수습 위해 인적 쇄신” 요구
靑 “왜 우리에만 책임 돌리나” 반발▼
■ 당청 정례회동 연기 배경도 ‘복잡’
미국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이반된 민심 수습을 위해 한나라당이 국정쇄신책을 건의하기로 한 것에 대해 청와대가 반발하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당초 국정쇄신 건의안이 보고될 예정이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대표의 16일 정례회동이 19일로 연기된 것도 쇄신안에 대한 당-청의 갈등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특히 당의 인적 쇄신 요구에 이견이 있고 ‘이 문제에 대해 더 조율을 한 뒤에 만나는 게 낫겠다’며 회동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마련한 민심수습책에는 국무총리 권한 강화, 청와대 정책특보 및 당-청 간 실무형 정무채널 신설, 인적 쇄신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광우병 파동으로 문제가 된 청와대의 정책 및 정무 기능 보강과 일부 장관에 대한 문책인사가 초점인 것이다. 당은 6·4 재보궐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민심 이반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청와대는 겉으로 당이 내놓을 국정쇄신안에 대해 “내용을 보고 의견을 조율해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인적쇄신론에 대해서는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후 예상보다 빠르게 지지율이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청와대 인적쇄신이 국면 전환을 위한 최적의 카드인지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태도는 새 정부 초기 청와대 주요 인사를 교체할 경우 국정 운영의 동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당이 말로는 당-정-청이 국정 운영의 공동운명체라면서 상황이 어려워지니까 청와대에만 화살을 쏟아 붓는다는 불만이 깔려 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당이 툭하면 청와대를 공격하는 것을 보면 여전히 야당 체질을 못 벗어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