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된 건 모두 MB 덕이고 잘못된 것은 모두 참모탓”

  • 입력 2008년 5월 13일 18시 34분


취임 2개월 남짓 된 이명박 정부가 비틀거린다. 대통령의 수족이 돼야 할 청와대 고위인사들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정무기능도 마비됐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은 쓰러지는 청와대가 맞은 카운터펀치였다.

청와대가 무력화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인사 파동과 부동산 투기의혹이었다.

한나라당과의 소통도 끊긴 지 오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및 친박세력들과 복당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미 당청 간 대화창구는 사라졌다. 쇠고기 파동에서도 당청 간 불협화음은 여전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두 차례나 당정회의를 벌였지만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보좌진에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얼마 전에는 “도대체 민정(수석실)은 뭐하고 있나”라는 불만도 터뜨렸다. 민정수석실은 정무수석실과 함께 여론 동향과 반(反)정부세력의 조직적 움직임을 신속하고 정확히 파악해 국정에 반영해야 할 부서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에서는 최근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현재 인터넷에서 광우병 논리가 크게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해 대응할 필요가 있음”이라는 식의 보고만 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 내부 갈등도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일단 ‘얼리 버드(Early Bird) 시스템’이 점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인사들의 부동산 투기의혹 등에 대해 청와대 차원의 조직적 보호가 없다는 점도 대통령 측근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4월25~27일 2박3일간 경기 성남시 분당 새마을연수원에서 열린 청와대 직원 워크숍이 그 단적인 사례다.

워크숍 둘째 날, 연단에 오른 모 수석은 대통령에 대해 쓴소리를 던져 분위기를 싸늘하게 했다. 그날 그의 발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런 식이었다고 당시 워크숍에 참석한 한 청와대 인사는 전했다.

“잘 된 것은 모두 대통령 덕분이고 잘못된 것은 모두 참모들 책임이냐. 앞으로 그렇게 간다면 누가 정부를 위해 몸을 던져 일을 하겠는가.”

한상진 주간동아기자 greenfish@donga.com

*지금 판매중인 주간동아 636호 2008년5월20일자에서 발췌했습니다.

[관련기사]류우익 실장 “정권교체는 아직도 진행형”

[관련기사]꼼꼼하거나 쫀쫀하거나 대통령은 시어머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