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불경기니 기왕 할 투자 당겨달라”

  • 입력 2008년 4월 29일 02시 59분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합동회의’에 참석한 경제계 인사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 대통령,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이종승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합동회의’에 참석한 경제계 인사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 대통령,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이종승 기자
■ 투자-일자리 창출 민관회의

28일 청와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경제 관련 부처 장관,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등 경제 4단체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등 경제인 28명이 참석한 가운데 ‘투자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합동회의’가 열렸다. 세계적 경제 위기에 대한 대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이날 회의에서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세계 금융시장의 위기로 한국 경제도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민관 합동으로 관련 대책을 마련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 이 대통령, “기업 관련 규제는 올해 말까지 바꾸겠다”

이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며 참석 기업인들에게 과감한 투자를 거듭 당부했다.

청와대는 전날 새 정부 첫 재정전략회의에서 기존의 ‘7% 경제 성장’ 목표를 ‘7% 성장할 수 있는 경제 환경 조성’으로 재확인했을 정도로 올해만큼은 당초 목표한 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내부 전망을 확정한 상태다.

이 대통령은 “이 모임의 의미는 기업인의 투자 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해)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기업인들이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기탄없이 이야기해 주시면 애로를 들어드리도록 정부가 철저한 도우미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회의를 정기적으로 하겠다. 1년쯤 지나면 (규제 관련) 문제가 상당히 해결될 것”이라며 “기업과 관련된 법과 규정은 18대 국회가 들어선 다음 올해 말까지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 시작 전 기업인들에게 커피를 권하는 등 새 정부 출범 후 청와대에서 열린 첫 대규모 경제인 초청 모임을 친근한 분위기로 만들려고 애썼다. 이 대통령은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등에게 커피포트의 버튼을 눌러 뜨거운 물을 받아줬고 이에 이준용 대림그룹 회장,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등이 “저도 따라 주십시오”라며 잔을 내밀기도 했다.

○ 기업 총수들 “반기업 정서 여전히 강해”

회의에 참석한 경제인들은 자유토론 과정에서 정부가 기업 친화적 환경 조성에 더 힘을 쏟아줄 것을 이 대통령에게 당부했다.

정몽구 회장은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했고, LG 구본무 회장은 “협력업체 육성을 위해 국책연구기관이 개발한 첨단기술을 협력업체에 이전하고 이 기술이 제품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SK 최태원 회장은 “급등하는 에너지 가격에 대처하기 위해 자원 보유국과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여기서 번 돈으로 재투자하는 순환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 뒤 “정보통신 영역 간 융합을 가로막는 규제 장벽이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생명 이수빈 회장은 최근 삼성 특검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서 죄송스럽고 경영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뒤 “대통령이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반기업 정서가 너무 강하다. 이게 해소되면 규제개혁이나 다른 것 못지않게 기업 투자가 활성화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은 “비메모리 산업 투자와 관련해 가장 큰 애로가 은행들이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꼬집었고, 대림그룹 이준용 회장은 “정부의 입찰제도와 공동도급제 등 정부 계약제도가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개선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기업들의 의욕적 투자에 재차 감사를 표한 뒤 “불경기니까 기왕 할 투자라면 좀 당겨서 해주길 바란다”며 “정부는 일관되게 나라가 잘되는 방향으로 좌고우면하지 않고 왔다갔다 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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